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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onmi451 - Panta Rei (Eilean, 2017)


벨기에 출신 앰비언트 뮤지션 Bernard Zwijzen의 프로젝트 손미451의 신보. 손미451이라는 다분히 한국적인 이름은 David Mitchell의 대표작 "Cloud Atlas" 속 에피소드의 등장인물로 위쇼스키 남매(?!)에 의해 영화화되면서 배두나가 그 역할을 맡기도 했다. 2144년 미래 도시 네오 서울에서 살아가는 영화 속 손미451의 모습은 정체성을 상실한 도시의 모습과 닮아 있다. 2000년대 중반 데뷔 초기, 전자음향에 의존한 앰비언트적인 사운드에 내포된 모호한 신비주의는 서양인의 시각에 위해 굴절된 동양적 정서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점멸하는 듯한 여린 일렉트로닉과 몽환적인 사운드 스캐이프가 어우러진 정적인 분위기는 손미451의 음악적 시그니처로 인식된다. 이번 앨범에서 베르나르는 인간 감정의 바닥면에 정서적 침전물을 퇴적하려는 집착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낸다. 이를 위해 그가 선택한 표현은 극단에 근접한 미니멀리즘인데, 단 한두 마디로 이루어진 단순한 테마를 무한루프처럼 반복하거나 싱글 코그만으로 곡을 구성하는 집요함도 보여준다. 음악 진행에서의 모멘텀이 소실된, 테마의 반복 위에 무심하게 스며드는 다른 사운드의 레이어에서 조심스럽게 긴장을 유도하기도 한다. 때문에 손미451의 음악은 미니멀리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그 효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반복적으로 구성되는 루프나 테마는 일렉트로닉에 의존하고 있지만 필드 리코딩을 통해 일상의 소리나 화이트 노이즈를 레이어링 하여 공간감을 연출하는 독특한 앰비언트를 구성하기도 한다. 마치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도 주변의 소소한 일상이 주는 즐거운 긴장을 음악적 언어로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별 트랙은 각자의 지역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타인들의 일상을 묘사한 것처럼 느껴지며 실제로 각각의 곡들은 구체적인 지명과 연관된 것들이다. 때문에 앨범을 듣고 나면 연관성을 지닌 여섯 개의 독립된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영화 "Cloud Atlas"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반복되는 듯 보여도 판타 레이, 즉 세상은 변한다.

2018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