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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ophie Hutchings - Echoes In The Valley (Mercury KX, 2021)

호주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ophie Hutchings의 솔로 앨범. 오늘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피아노 연주자 중 소피에 주목하는 이유로는 내면적 서정과 낭만적 서사가 조화를 이루는 인상적인 예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애써 무엇인가를 주장하지도 않지만, 나지막하고 차분한 톤으로 그녀가 그려내는 음악적 이야기는 일상적 공간 속에서도 조용한 흡입력을 지니고 있어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매력이 있다. 현재의 레이블과 계약 이후 발표한 Scattered On The Wind (2020)에서 소피는 현악, 합창, 플루트 등과 이루는 텍스트의 연관 속에서 우울하면서도 매혹적인 정서적 내러티브를 드러내며 그동안 조심스럽게 선보였던 다층적인 레이어에 대한 접근을 발전시킨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반면 이번 앨범은 오롯이 소피의 독주 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어 그녀의 음악과 연주가 지닌 내밀한 표현에 다시금 집중할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사정은 전 세계적인 감염병 사태와 그에 따른 봉쇄로 인한 고립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전해지지만, 자신의 연주 위에 다른 악기를 얹는 것에 대한 유혹을 항상 느끼면서도 피아노의 청각적 반응에만 집중하고 싶었다는 소피 본인의 의지도 강하게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그녀의 의지는 펠트 하면서도 에어리 하게 조율된 피아노의 소리, 건반과 페달을 누르면서 발생하는 악기 자체의 메커니컬 사운드, 그리고 공간적 광활함과 심리적 고립을 묘사하는 듯한 리버브를 통해 완성된다. 특히 공간과 관련된 음향적 묘사는 '계곡의 메아리'라는 앨범의 타이틀을 염두에 둔 장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여기에 독특한 피아노의 사운드와 악기의 기계적 소리가 더해지면서 미묘한 심리적 분화를 경험하게 한다. 특히 이는 어떤 감상용 디바이스나 모니터링용 장치로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그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지기도 한다. 공간감이 강조된 오픈형 헤드폰에서는 차갑고 쓸쓸하게 들리고, 해상도 위주의 디바이스에서는 연주 자체의 일상적 적막감이 부각되는가 하면, 일반적인 감상용 무선 도구에서는 오히려 미세한 정서적 온기가 전해지는 등, 하나의 곡에서도 다양한 느낌을 경험하게 된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이 이번 앨범을 통해 담아내고자 했던 정서적 잔향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되며, 그만큼 사라의 연주 속에는 듣는 사람과의 다양한 접점들을 열어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앨범의 큰 매력이라 할 것이다.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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