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재즈 그룹 Sound Pollution Eclectic의 앨범.
SPE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에스토니아 출신 트롬본 연주자 겸 작곡가 Karel Eriksson의 리드로 2017년에 결성된 그룹으로, 소소한 멤버의 변화를 거쳐 현재는 트럼펫 Gerhard Ornig, 기타 Emiliano Sampaio, 키보드 Thilo Seevers, 드럼 Luis Oliveira 등의 남미와 유럽을 포함하는 다국적 뮤지션들로 이루어졌다. 카렐은 2010년대 중반까지 학업을 이어오며 여러 콩쿠르에 참석하며 기성 뮤지션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그룹에 사이드맨으로 활동하며 커리어를 축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개인적으로 트리오를 비롯한 몇 개의 프로젝트 활동도 병행한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카렐의 공식적인 첫 음악적 성과는 트럼펫과 기타를 포함하는 SPE로 대변된다고 할 수 있다.
SPE의 첫 앨범인 Free To Choose (2018)에서는 반복적인 루프와 임프로바이징을 결합해 일련의 구조적 형식에 따른 고전적인 양식의 진행을 선보이면서도, 개별 사운드나 주법 등을 통해 펑크나 사이키델릭 등과 같은 유형적 특징을 부각하여 그룹만의 독창적인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전통적인 브라스의 혼합에, 특정한 시대상을 연상하게 하는 키보드와 기타 사운드는 물론, 유연한 베이스와 드럼의 워킹을 통해 여러 세대의 표현을 융합하는 모습은, 앙상블 그 자체로는 생경한 인상을 주면서도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나름 독특한 매력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앨범의 경우 기본적인 사운드의 특징이나 음악적인 콘텍스트에서 큰 차이를 보여주지 않는, 일련의 연속성을 담고 있다. 트롬본과 트럼펫의 다양한 프레이즈를 중심으로 하는 고유한 특징은 여전히 유효하면서도, 기타와 키보드 등의 개별 악기가 지닌 기존의 톤 사운드에 큰 변화를 주고 있지 않아, 전체적으로는 이전 작업에서 경험했던 음향적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앨범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면, 앨범의 타이틀이기도 한, 3부작으로 이루어진 “Same View Different Meaning, Pts. 1-3”가 아닐까 싶은데, 개별 공간과 라인의 특징을 다양한 형식의 조합을 통해 부각함으로써, 이전의 집단적인 사운드의 조화와는 구별되는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개별 공간과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앙상블의 다면적인 특징들을 부각하는 모습이 눈에 띄며, 독주 라인에 새로운 연주를 순차적으로 가감하며 각각의 임프로바이징을 이어가는 모습이나, 이를 통해 하나의 곡 안에서도 여러 유형의 하모니와 대위적인 진행을 연출하여 구성의 다양성과 치밀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이들 외의 다른 곡에서도 나름의 공간 구성에서의 엄밀함을 강조하는 듯한 치밀함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접근이 개별적 표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향하지 않는다는 점은 여전히 인상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앙상블을 개별적인 임프로바이징의 중첩으로만 구성하는 연출에서도 공간의 균일한 밀도를 지속하는 나름의 균형감을 보여주는가 하면, 테마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엄격함을 강조하는 곡에서도 각각의 특징적인 사운드의 요소를 적극 부각하는 등, 밴드적인 규범 안에서의 자율적 표현에 대한 개방은 SPE의 음악을 더욱 생동감 있게 완성하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이 과정에서 개별 악기들의 여러 표현을 폭넓게 개방하고 있는데, 멜로트론 계열의 몽환적인 키보드 사운드 그 자체와 더불어 딜레이의 좌우 패닝을 이용해 공간의 경계와 소멸을 보여주는 듯한 몽환적인 트랜스나, 기본적인 톤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이펙터를 통해 복합적인 음향적 효과를 연출하는 기타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개별 라인이나 그 조합이 진행의 전면을 이루는 순간에는, 배경을 단순화하고 복합성을 최소화하여 연주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SPE 음악의 가장 큰 미덕은, 이와 같은 구성의 치밀함과 개별 공간의 자율적 유연성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편안한 감상과 쉬운 몰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주변 장르의 다양한 요소들까지 포괄하면서도, 이를 복합적인 다면성이 드러나는 복잡한 구성이 아닌, 익숙함을 전제로 하는 표현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흥미를 유발한다. 구성이나 사운드는 물론 음악적인 내용 등, 모든 면에서 안정적이고 균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20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