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자음악가 Martin Stürtzer와 Christian Stritzel의 듀오 프로젝트 Sphäre Sechs의 앨범. 2001년부터 함께 연주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가 10년째다. 마틴은 지금까지 Phelios라는 활동명으로 다크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주로 선보였는데, 크리스티안과의 듀오에서는 우주여행을 테마로 하는 일련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외계 행성 화가자리 베타 별을 다루고 있어, 목성에서 시작한 이들 듀오의 여행은 점차 먼 우주로 향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두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협업에서는 서로 각자의 라인과 표현을 공유하며 일련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들은 철저히 자기 역할에 기반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마틴이 주로 아날로그 혹은 디지털 신서사이저에 기반한 연주를 진행하면 크리스티안은 이펙트를 담당하는 분업적 체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크리스티안은 비접촉 연주 악기인 테레민을 사용하지만 피치나 웨이브를 컨트롤하는 오실레이팅에 집중하고 있어 독특한 사운드 이펙트를 위한 장치로 봐도 무방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기계적인 분업이 의외의 종합 효과를 발생하면서 듀오의 장르적 유니크함을 강화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10년 가까운 이들의 음악적 성과가 이를 증명하기도 하지만 마틴이 지금까지 혹은 최근에 선보였던 작업과 비교해도 듀오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감은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둠을 상징하는 브라스 계열의 무거운 사운드 스케이프와 빛을 표현하는 크리스털 톤의 벨 음향의 대비와 같이, 앨범은 서로 다른 명암의 콘트라스트를 지닌 사운드의 대칭을 중심으로 외계 행성의 별에 대한 묘사를 이어간다. 전체적으로 잔잔한 표현보다는 듀오 특유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부피의 양감이 지배하고 있으며, 그 속을 상대적인 시간의 여유로움을 품으며 궤적을 그리듯 지나치는 빛과 전자기파의 묘사적 표현들이 이어진다. 이들은 불과 10년 만에 지구 밖 63광년 거리를 경유하고 있는 것이다.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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