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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pirit Fingers - Spirit Fingers (Shanachie, 2018)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등 네 명의 뮤지션으로 결성된 재즈 그룹 스피릿 핑거스의 신보. 이름 낯선 그룹이지만 Greg Spero (p), Dario Chiazzolino (g), Hadrien Feraud (b), Mike Mitchell (ds) 등 멤버들을 보면 결코 범상치 않은 라인업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구성원 모두 어느 그룹 누구의 사이드맨으로도 만만하지 않은 커리어를 보유 중이며 각자 개인 활동 역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축적 중이다. 2016년 피아니스트 스페로의 주도로 Polyrhythmic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되었고, 이후 팀 이름을 바꾸어 지금에 이르게 된다. 옛 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복합적인 패턴의 리듬을 활용한 진행을 특징으로 한다. 하지만 폴리리듬의 활용 자체가 더 이상 새로운 표현도 혁신의 상징이 아니듯 이들 그룹에서 경험하게 되는 신선함은 단순히 리듬을 넘어선 다양한 복합적 요소들의 결합에 의해 형성된다. 비교적 명료한 진행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매우 복잡한 코드 진행이나 복합적인 화성의 구조는 때로 현학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아찔하다. 꼬여 있고 대립하면서 나름의 긴장 관계를 구성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일관된 균형을 유지하는 진행은 이들의 매력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교적 빠른 템포로 자신의 복합적 특징을 지나치듯 드러내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텐션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자신들만의 톤과 분위기를 지속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점을 잘 찾아내고 있다. 예리하고 날카로운 톤으로 짧게 이어지는 음표는 화려하다기보다는 차라리 진지한 분위기에 가깝지만 비교적 명료하고 인상적인 테마들을 활용함으로써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여지 또한 개방하고 있다. 복잡한 리듬 패턴과 복합적인 코드 전개에도 불구하고 곡의 진행 형식에서는 솔로 공간을 보장하는 고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어 개별 뮤지션들의 기량도 충분히 발휘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퓨전 계열의 장르적 특징 속에서 작업하고 있어 새롭다는 인상과는 거리가 있지만 내부의 언어에 집중해 세밀한 표현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은 분명 신선하다.


2018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