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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piritczualic Enhancement Center - Carpet Album (Kryptox, 2021)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다국적 프로젝트 밴드 Spiritczualic Enhancement Center의 앨범. SEC는 2017년 겨울 드러머 Nicolas Sheikholeslami의 주도로 결성되어 이번 앨범을 포함 총 4장의 녹음을 선보였으며, 펜데믹 기간 중인 작년과 올해까지만 해도 수많은 공연을 펼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의 앨범에 주로 참여한 Æladin, Sasha Lee, Omri Shmulewitz 등의 멤버들이 있긴 하지만 정규 구성원은 존재하지 않는 대신 공연이나 녹은 혹은 곡의 특성에 따라 수많은 뮤지션들이 조합을 이루기도 하는데, 이번 작업에는 유럽, 중동, 아시아 등 세계 각국 18명의 뮤지션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SEC는 니콜라스가 주도했던 밴드 Circuit Diagram의 실험적인 음악의 조합을 한층 더 전개한 과감함을 선보이고 있으면서도 보다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장르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이들의 음악적 특징은 팀 이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고도 볼 수 있다. 애써 번역하자면 '정령 강화 센터'라는 다소 신비주의적인 모티브를 차용한 듯한 SEC는 기존의 스피리추얼 재즈의 특징은 물론 6말7초 시절 유행했던 사이키델릭 한 표현과 더불어 부두적인 주술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집단 최면적 패턴까지 활용하고 있으며, 여기에 중동의 에스닉 한 요소까지 결합하여 무척이나 포괄적인 음악적 형상을 연출한다. 그렇다고 해서 SEC가 들려주는 음악이 난해한 복합적 표현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그와는 반대로 오히려 분명한 목적의식을 보여주는 듯한 명료한 셰이프를 띄고 있는데, 일부 클레즈머나 에스닉 스타일의 곡들이 포함되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마치 집단적인 원시 주술 의식을 통해 음악적 무아지경을 고양하려는 듯한 스피리추얼 한 표현이 지배적이다. 이 과정에서 사이키델릭은 어쩌면 필수 불가결한 요소처럼 등장하고 활용되기도 하는데, 실험적인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개방하고 전통 악기들을 등장시켜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일렉트로닉의 배음과 그 효과를 이용해 주술적인 순간의 몽환을 묘사함으로써 SEC만의 고유한 음악적 표출을 완성한다. 낯설지 않은 기존의 익숙한 언어를 조합해 신선한 표현을 완성했기에 강한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1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