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록 그룹 Stafrænn Hakon의 앨범. 1990년대 말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Ólafur Josephsson이 홈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일련의 작업들에서 스타프라이엔 하우콘이라는 이름이 유래했으며, 이는 한동안 올라프의 활동명으로도 사용되기도 했을 만큼 뮤지션의 개인적 특징이 강하게 반영된 명칭이기도 하다. SH라는 이름은 올라프의 음악적 취향이나 요소적 변화에도 꾸준히 따라다녔던 것으로, 지금과 같이 그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활동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앨범에는 베이스/기타 Árni Þór Árnason, 기타 Lárus Sigurðsson, 드럼 Róbert Már Runólfsson 등 4인조 편성으로 녹음되어 Eternal Horse (2015) 이후의 라인-업이 유지되는 동시에, 그동안 함께 했던 보컬 Magnús Freyr Gíslason이 빠지게 된다. 소소한 구성원의 변화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마그누스의 탈퇴는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지속하였던 SH의 음악적 특징과는 전혀 다른 경향성을 드러내는 결과를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준다. 이는 보컬의 역할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SH의 음악적 지반이 이전과는 확연한 구분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변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변화가 단순히 기존 연주에서 보컬을 제외한 단순한 가감의 차원이 아니라, 사운드를 구성하는 방식은 물론 그 분위기까지 전위시키는, 어찌 보면 밴드 구성의 접근 자체를 새롭게 하는 질적인 측면이 강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연주가 더 좋은지의 여부는 취향과 관련된 문제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존 보컬의 공간에 할애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방식보다는, 연주 그 자체에 중점을 두고 진행을 통해 사운드를 중첩하며 연출되는 음악적 이미지가 조금은 더 직관적으로 전해진다. 조금은 거칠게 보이면서도 직관적으로 구성된 밴드의 사운드는 애초에 목적으로 했던 포스트-록의 경향적 특징을 강화하는 동시에 멜로디 진행에서 기타가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게 됨으로써 연주 중심의 밀도 있는 공간적 합을 완성하게 된다. 슈게이즈 특유의 우울감도 돋보이며 그 내면에 빛처럼 흐르는 서정도 인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앨범이다.
20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