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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fano Guzzetti - Short Stories: Piano Book Volume Two (Home Normal, 2018)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스테파노 구제띠의 신보. 이번 앨범은 스테파노의 데뷔 앨범 At Home: Piano Book Volume One (2014)에 이어 두 번째로 발매된 피아노 북 작업으로 피아니스트의 솔로 공간에서의 연주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스테파노가 발표한 앨범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현악기들과의 앙상블에 기반을 둔 실내악적 구성의 작곡과 연주이며, 다른 하나는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솔로 공간에서 이루어진 녹음이다. 특히 피아노 솔로는 스테파노 음악의 출발을 알렸던 첫 작업일 뿐만 아니라, 모던 클래식컬 계열의 언어에 기반을 두고 자신의 일상적 정서와 사고를 음악으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 때문에 표출적 형식으로 드러나는 앙상블 양식의 연주보다 솔로 작업이 사적 감정과 마주하는 거리가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앨범은 이미 예전부터 예정되었고 준비된 것이다. 앙상블 녹음 春を待っています (2016)에서 데모 형식의 솔로 연주 몇 곡을 소개하면서 앨범이 예고되기도 했다. 당시 발표되었던 "Apertura", "Hands", "Tecla" 등은 다시 혹은 새롭게 연주되어 이번 앨범에 수록되었고, (encore) Ensemble (2017)에서 현악과 협주로 연주했던 "Welcome"은 솔로로 재구성되었다. 첫 번째 피아노 북을 포함해 이전의 다른 솔로 음반과 비교하면, 사실상 이번 앨범에서 새롭다고 느껴지는 대목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제는 피아니스트의 일관성이라는 인상을 받을 만큼 사적 정서에 기반을 둔 음악적 표현은 스테파노에게 있어 오디너리 하다. 특히 일상의 소소함에서 발견하는 그의 음악 소재나 이를 정제된 감정으로 조심스럽게 음악 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은 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 대화를 듣는 것 같다. 이러한 특징은 내적 지향성이 주목받고 있는 솔로 연주에서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에, 스테파노가 이야기하는 내면의 디테일에 귀를 기울이는 만큼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들을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가끔은 이 모든 것이 연주자의 매너리즘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좋으면 그만인 것이 음악이지 않은가.

2018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