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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fano Guzzetti - (encore) Ensemble (Stella Recordings, 2017)


지중해 연안 이탈리아의 섬 사르데냐 출신의 작곡가 스테파노 구제띠의 신보. 2010년 초, 영상 관련 음악들을 작곡하며 나름의 음악적 경력을 넓혀왔던 스테파노는 2014년에 자신의 이름으로 첫 타이틀 At Home. Piano Book (2014)을 발표한다. 이번 앨범과는 음악적 구성이 상이하지만 이 데뷔 앨범은 스테파노의 음악적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피아노를 이용한 일상적 관념의 형상화를 네오클래식 혹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언어로 서술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기존의 피아노 솔로 곡을 공연에서 실연 가능한 실내악으로 재구성한 앨범이다. 바이올린과 첼로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은 앙상블 형식의 앨범은 그의 두 번째 앨범 Ensemble (2015)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후 그의 음악 활동에서 무척 친숙한 작업이기도 하다. 불과 몇 년 사이에 8장에 이르는 앨범들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도 기존 자신의 음악적 모티브들을 확대하고 그 형식을 확장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재구성을 통해 나름의 음악적 효율성을 성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스테파노가 선보였던 음악적 경과 속에서도 전혀 이질적이지도 않으며,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일정 부분 새로운 느낌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스테파노가 선보인 일련의 작업 속에서 지배적인 특징처럼 부각되고 있는 소재 혹은 감성의 일상성과 관련한 언급은 필요할 듯싶다. 다분히 내면적 지향을 지닌 이러한 특징들이 솔로 앨범들을 통해 비교적 진솔하게 표현되는 반면, 앙상블의 형식에서는 다분히 표출적인 느낌들로 전해진다. 특히 Waiting for Spring (2016)이나 Japanese Notebooks (2017) 등과 같은 앨범에서 잘 드러나듯이, 내면의 형상화 과정에서 그가 의지하고 있는 일본의 팝클래식 취향의 편곡 방식들은 원곡과의 비교에서 묘한 차이를 경험하게 된다. 솔로와 앙상블 버전 중 어떤 것이 더 좋은지의 취향과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라 두 개의 다른 판본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에 관한 나 자신의 낯선 느낌이라고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스테파노 음악의 일부임은 틀림없다.


2017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