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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in Austrud - We Meet, We Touch, I Am. Part 1: The Singing People from the North (Real Emotions, 2021)

노르웨이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Stein Austrud의 앨범. 슈타인은 피아노 외에도 키보드, 퍼커션은 물론 신서사이저를 비롯한 전자 장치 또한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있어 아날로그와 일렉트로닉 전반에 걸쳐 폭넓은 음악적 표현을 선보인 베테랑 뮤지션이다. 25년 이상 음악 활동을 이어오며 수많은 앨범과 곡을 통해 그의 연주를 접할 수 있었지만, 정작 슈타인의 이름으로 된 온전한 타이틀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은 무척이나 놀라울 뿐이다. 슈타인의 이름으로 녹음된 이번 첫 앨범은 마치 지금까지 자신이 축적했던 모든 음악적 표현을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그 방법에 있어 가장 온화하고 평온한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속삭이듯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와 같은 편안함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장르의 접근에 있어 어느 특정한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는 대신, 기존에 우리가 익숙하게 접해왔던 언어들을 조합했다는 점에 있지 않을까 싶다. 팝이나 록과 같은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양식에서부터 민속 음악, 클래식은 물론 합창, 일렉트로닉, 임프로바이제이션 등에 이르는 다양한 음악적 표현들을 정제하고 또 정제해서 남은 순수한 결정체를 이용해 조심스럽게 조합한 듯한 간결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총 8개의 트랙으로 각각 하나의 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앨범은 개별 곡의 경우 우세하게 두드러지는 장르적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그 안에는 무수한 요소들이 복합적인 레이어를 이루고 있어 어느 하나의 귀결하기 힘든 다면적인 면모까지 담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그 구성은 무척 명료하여 각각의 라인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또 진행과 전개 속에서 곡이 담고자 하는 음악적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강한 상징성까지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음악은 마치 군더더기 단 한 점 없이 간결한 언어로 완성을 이루는 서정시와도 같은 깊이를 지닌다. 여기에는 보코더나 샘플링 등과 같이 실제 음원을 굴절시킨 사운드나 신서사이저를 활용한 사운드 스케이프와 효과 등도 활용되는 동시에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더한 필드 리코딩은 물론 여러 보컬을 등장시킨 콰이어, 독특한 음향을 발생하는 아날로그 장비나 연주 악기 등이 이용되고 있는데, 그 조합에서는 어떠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온전한 조화와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일상과 관련한 자기 성찰적인 연주에는 주변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고, 그 표현에는 어떤 과장이나 과시와는 거리가 먼 겸허함까지 녹아 있어 이와 같은 평온함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20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