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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phan Micus - Inland Sea (ECM, 2017)

 

독일 음악가 스테판 미쿠스의 스물두 번째 ECM 앨범. 1960년대 말부터 이어진 미쿠스의 활동은 지금까지 꾸준한 일관성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6말7초의 정치 사회적 격변이 문화 예술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며 기존의 서구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난 새로운 대안을 찾아 활발한 모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음악 역시 당시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인류, 환경, 제3세계 등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상당 부분은 서양적 시각에서 수용의 형식을 빌어 새로운 장르적 파생을 이끄는 한계를 지니기도 했다. 미쿠스의 근본적인 차별성은 여기에서 부각된다. 그는 합리적 전통이라고 여겨졌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민속성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보편적 시각에서 음악을 관찰하고 다루는 법을 보여주고 있다. 동양, 중동, 인도, 남미, 아프리카는 물론 동유럽과 북유럽적 전통까지 포괄하는 그의 음악들은 이미 민속성이라는 범주를 넘어선 미쿠스의 음악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때문에 그의 타이틀들을 통해 표현된 대양, 유목민, 사막 등의 다양한 표제들은 미쿠스에게 있어 모티브가 되는 어느 특정한 장소로 지칭될 수는 있지만 그의 연주를 통해 음악으로 표출되는 순간 우리 주변의 일상의 그 어느 곳과도 치환될 수 있는, 그 자체로 가상적이지만 이미 보편적인 성격을 지니게 된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인 내륙의 바다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구체적인 장소를 떠올리는 테마일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은유와 상징으로 받아들여저도 미쿠스의 음악이 지닌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앨범의 부클릿에는 각각의 곡에 사용된 악기들에 대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지만, 그 악기들을 통해 음악적 요소들을 분석하기 보다는 그 다양한 세계 각지의 악기들이 미쿠스의 음악 속에서 통일적 합의를 이루고 있는지를 감상하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언어를 넘어선 언어로서의 음악이 다시 또 한 번 자신의 언어를 넘어서 발현되는 새로운 표현을 경험하는 듯한 앨범이다.

 

2017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