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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ve Gibbs - Adrift (Injazero, 2017)


영국 출신 작곡가 스티브 깁스의 재발매 앨범. 이 앨범은 이미 3년 전에 발매되었던 깁스의 데뷔작으로 신생 Injazero 레이블에서 리마스터링을 거친 후, 2개의 신곡을 추가하면서 곡 순서를 재배열하고 앨범 커버까지 새롭게 교체해서 얼마 전 재발매 했다. Cyrus Reynolds와의 공동 작업 In Passing (EP, 2013)은 다섯 곡 19분에 불과한 짧은 러닝 타임에도 불구하고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주요 뮤지션들로부터 엄청난 극찬을 받았으며 일반인들에게도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듬 해에 발매된 이 앨범은 깁스의 입지를 다지는 역할을 했지만, 아쉽게도 이후 영화와 광고 분야의 작업 이외에는 별다른 개인적인 음악 활동을 이어가지 않았다. 2014년에 발매된 앨범의 초반본 역시 많은 호평을 받지만, 많은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연주 앨범이 그렇듯 홈 스튜디오 녹음의 한계와 세밀하지 못한 후반 작업에 따른 아쉬움도 남았는데, 이번 2017년 발매본에서 그 부분을 해소하고 있다. 초반본에서는 앨범의 타이틀 곡 "Adrift"가 첫 트랙에 있었다면 이번 재발매본에서는 추가 수록된 "Passion"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두 곡 모두 잔잔한 전자음 배경 위에 서정적인 멜로디로 감성 충만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펼치고 있다. 그래도 새로운 곡의 정교한 편곡 양식과 명료한 사운드의 질감이 재발매본의 첫 곡으로 의미 있어 보인다. 재발매본에 새롭게 포함된 "Seul"은 멜랑콜리한 느낌의 업라이드 솔로 곡으로 연주과정에서 발생하는 주변음들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어 개인적 서정을 음악의 일상성에 기대어 표현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피아노 연주자들에게 자주 보이는 특징이지만 깁스 연주의 정돈된 사운드를 염두에 둔다면 다분히 의도된 사운드의 연출처럼 들리기도 한다. 현악 편곡이 인상적인 "Evoke"나 피아노 솔로곡 "Råklipp" 등 수록곡 중 상당 수가 영상 매체에 사용된 적이 있다. 듣는 동안 서정적 미장센을 연상하게 되는 사운드트렉 같은 앨범이다.


2017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