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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ve Tibbetts - Hellbound Train: An Anthology (ECM, 2022)

미국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Steve Tibbetts의 레이블 앤솔로지 앨범. 1970년대 말에 데뷔한 스티브는 Northern Song (1982)을 통해 ECM과 첫 인연을 맺었으며, 최근의 Life Of (2018)에 이르기까지 모두 8편의 앨범은 레이블을 통해 선보이게 된다. 아이디어의 구상과 음악 작업에 오랜 시간을 할애하는 탓에 비록 다작의 뮤지션은 아니지만 사실상 스티브의 거의 모든 앨범은 ECM을 통해 발매가 이루어졌고, 올해로 레이블과의 40년 인연을 기념하여 이번 앤솔로지를 선보이게 된다. 이번 모음집에는 데뷔 및 최근 앨범을 비롯해 Safe Journey (1984), Exploded View (1986), Big Map Idea (1989), Fall Of Us All (1994), A Man About A Horse (2002), Natural Causes (2010) 등에 수록되었던 곡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1988년 재발매 형식으로 ECM에서 선보인 Yr (1980)은 포함하지 않는다. 스티브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적 언어와 표현을 포괄하고 있으며, 이는 그의 개별 앨범이 지닌 고유한 특징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앤솔로지 형식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취사선택의 작업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는 40년의 세월을 아우르는 스티브 자신의 음악적인 진화는 물론, 녹음이나 후반 작업 등의 기술적 변화에 따른 사운드의 편차까지 극복해야 하는 난관도 포함하고 있다. CD는 두 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편에는 일렉트릭을 이용한 연주를 배치하고 후편에는 어쿠스틱 기타와 악기가 주를 이루는 곡들로 구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악기 특성에 따른 구분만으로는 각 앨범의 다양한 편성과 장르적 차이까지 무효화하는 것은 아닌데, 스티브는 각 트랙의 시작과 끝이 서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순서를 배열하여 흐름의 인과성을 보여주고 있다. 단순한 연대기 순의 통시적 배열이 아닌, 이와 같은 인과적 흐름은 스티브의 음악을 공시적인 맥락 속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고 있으며, 다양한 장르적 표현 이면에 자리하는 기타리스트의 고유한 음악적 정체성에 관한 사고를 개방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장르적 요소들을 교차하면서도 복합적인 구성을 피하는 대신 그 핵심이 명료하게 드러나도록 본질에 집중하는 명료한 접근은 이번 앤솔로지에서 드러나는 특징 중 하나이며, 기존 곡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큐레이팅 또한 엄격한 프로듀싱의 의도를 반영한 새로운 창작의 일부임을 증명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때문에 앨범 전체의 흐름은 개별 곡이 지닌 고유한 특징이 마치 하나의 일관된 음악적 내러티브에 의해 구성된 배열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으며, 각 트랙이 함의하는 다양한 장르적 표현은 전체적인 맥락에서의 구체적 양식의 일부처럼 전달되기도 한다. 이처럼 시대를 오가며 여러 음악적 표현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줄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세심한 큐레이팅 외에도 사운드 그 자체에 대한 정교한 마스터링 때문이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스티브의 기존 앨범들은 최근 Life Of 발매에 맞춰 이미 고해상도 음원으로 재발매가 이루어졌지만, 앤솔로지에 포함된 트랙들은 이번 작업만의 고유한 공간적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어, 독립된 앨범으로서의 가치를 분명히 하는 듯하다. 단순한 The Best of 형식이라고 하기에는 이번 앨범에서 제외된 몇몇 곡들이 귀에 밟히기도 하지만, 앤솔로지라는 의미에 걸맞은 엄격한 큐레이팅을 통해 스티브의 음악적 성과를 일관된 흐름으로 집약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작업이 아닐까 싶다.

 

2022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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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ve Tibbetts - Life Of (ECM,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