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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eve Tibbetts - Life Of (ECM, 2018)


미국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티벳츠의 ECM 신보. 이번 앨범에서도 1970년대 말부터 스티브의 음악 동료이자 여행 친구로 같은 길을 걸어온 퍼커션 주자 Marc Anderson이 참여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Michelle Kinney도 이들의 음악 여정에 함께하고 있다. Northern Song (1982)으로 ECM 첫 녹음을 발표한 이후 80년대에는 비교적 꾸준히 작업을 발표했지만, The Fall Of Us All (1994), A Man About A Horse (2002), Natural Causes (2010) 등으로 발매 주기가 길어진다. 물론 중간에 티베트 음악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녹음들이 있긴 했지만, 아무튼 이번 앨범 역시 8년 주기 끝에 나온 ECM 신작이다. 이러한 8년의 주기 사이에는 일정한 음악적 변화의 계기도 존재한다. 그중 가장 극적이었던 것은 2010년 작으로, 이번 앨범과도 내용에 있어서 일정한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1970년대 데뷔 초부터 스티브의 음악은 재즈, 록, 포크 등을 결합한 복합적 특징을 담아내고 있었는데, 여러 차례의 아시아 여행을 경험하면서 차츰 민속적 요소를 포괄하는 혹은 그 자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연주를 발전시키게 된다. 특히 최근 10여 년 사이 네팔의 전통 음악을 직접적인 모티브로 하는 시도를 선보이는 동시에 그 특징을 자신의 음악에 내면화하는 작업도 이어간다. ECM에서 발매된 2010년 전작과 이번 앨범은 이러한 내면화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스티브는 기타와 피아노라는 고전적인 서양악기만을 이용해 동양적 문법을 바탕에 둔 독창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구획은 사실상 무효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 경계와 범위는 모호하고 통합적인 성격이 강하다. 특히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지인들의 일상을 모티브로 제목을 붙인 각각의 곡은 인간 삶의 개별성과 더불어, 앨범 전체의 균일한 톤을 통해 그 삶의 보편성을 함께 표현한 듯한 인상을 준다. 또한 마지막 두 트랙 "End Again"과 "Start Again"은 다분히 동양적 정서를 제목 그 자체로 암시하는 듯하다. 이제 다시 8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2018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