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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imming x Lambert - Exodus (Kryptox, 2018)


독일에서 활동 중인 전자 음악가 Martin Stimming과 피아니스트 Paul Lambert의 듀엣 음반. 비록 20분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미니 앨범이고 7개의 곡들 모두 1-3분 내외의 단편들이지만 서로 다른 스타일과 경향성을 지닌 두 뮤지션들이 어떻게 새로운 음악적 합의를 완성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결과를 담고 있다. 하우스나 IDM으로 몽환적인 스테이지를 선보였던 스티밍과 장엄한 작곡에 가면을 착용한 퍼포먼스로 신비감을 불러일으켰던 램버트는 상상력의 공간을 개방하는 음악적 조합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일렉트로닉과 모던 클래시컬의 만남이라고 단순하게 정의할 수도 있지만 정작 이들이 완성시킨 음악의 합의는 자신들의 기존 장르적 경향성을 벗어난 형식을 취하고 있다. 본인들 스스로 이러한 점을 의식하고 있기라도 하듯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다는 의미에서 앨범 타이틀을 ‘엑서더스’라고 정했음을 밝히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와 같은 협업에서는 적절한 절충점을 찾아 타협하거나 둘 사이의 경계면을 확장해 음악적 접점을 넓히는 방식을 취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들의 작업이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하다. 스티밍과 람베르트가 자신들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영역에 안착하기 위해 긴 시간 동안 지속적인 협의와 실천과정이 있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스스
로 자축하고 있는 것처럼 어딘가 새로운 지형 속에 이들의 음악이 존재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자 음향의 규칙적인 비트가 어쿠스틱 베이스로 대체되고 피아노 라인이 실키한 사운드 스케이프의 효과로 재현되는 등 기존 자신들의 음악적 에센스는 그 표현 형식만 달리하고 있을 뿐 여전히 유효한 코어로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음반에 수록된 연주들을 조금만 비틀어 보면 기존에 이들이 선보였던 음악과의 연관성은 너무나 쉽게 드러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협업의 의미가 저평가될 이유는 전혀 없다. 자신들의 음악적 루틴을 뒤틀고 새로운 표현의 가능성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협업이 가져온 시너지이기 때문이다. 음반의 짧은 러닝타임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2018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