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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ray Theories - This Light (n5MD, 2021)

Stray Theories라는 이름으로 뉴질랜드에서 활동 중인 호주 출신 전자음악가 겸 작곡가 Micah Templeton-Wolfe의 앨범. ST의 음악은 앰비언트의 공간 속에 포스트-록이나 슈게이즈 특유의 관조적인 분위기를 담아내면서도 따듯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일렉트로닉의 감각적인 사운드를 감성적인 분위기로 내면화하여 깊이 있는 사색적 공간을 개방하기도 하는데, 특히 n5MD에서 발매한 그의 전작 All That Was Lost (2018)는 이와 같은 특징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뛰어난 작품으로 기억된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앨범은 ST의 통산 네 번째 풀타임 리코딩으로, 15년이 넘어가는 그의 음악 커리어에 비해 그리 많지 않은 타이틀 수를 생각하면 무척 반가운 신보 소식이다. 발표하는 정규 작업들마다 일련의 연속성과 더불어 자신의 기존 음악을 향하고 있는 듯한 일종의 경계와도 같은 미묘한 단절들이 느껴지곤 하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ST의 점진적인 진화를 참관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물론 이것은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며 전작과 현재의 작업 사이에 존재하는 새로운 관심이나 경험의 축적이 반영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작에서는 전면에 배치되었던 기타를 중심으로 하는 포스트-록 혹은 슈게이즈 스타일의 연주가 한 발 뒤로 물러선 듯한 위치에 존재하는 것으로, 독립적인 라인을 이루며 곡 진행의 핵심을 이루기보다 자연스러운 플로우 속에서 음악적 구성에 내재된 양식의 일부처럼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때문에 기타의 사운드는 멜로디나 라인에서 특징을 나타내기보다 오히려 고요한 스웰 톤의 티니 한 음향으로 연출되는 사운드 스케이프나 앰비언스를 통해 더 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 사운드의 요소들 사이에는 안정적인 균형이 형성되고, 개별 악기들이 구성하는 저마다의 고유한 라인은 물론 중첩된 레이어링으로 드러나는 앙상블은 더욱 내밀한 특징을 지니게 된다. 꾸덕한 느낌이 전해질만큼 밀도 있게 컴프레스 된 사운드와 전체적인 하모니를 통해 완성되는 애트모스페릭 한 공간감은 음악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는 요소이다. 여기에 ST 특유의 심미적인 내러티브까지 더해지면서 강한 정서적 울림까지 완성하고 있어 깊은 인상을 전달한다.

 

2021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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