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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tubbleman - Mountains and Plains (Crammed Discs, 2019)

 

벨기에 출신의 노장 뮤지션 Pascal Gabriel의 솔로 프로젝트 스터블맨의 첫 앨범. 1970년대부터 록, 댄스, 일렉트로닉 등 여러 방면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2000년대 들어 작곡은 물론 프로듀서로서 역량도 인정받는다. 60이 넘은 나이에 파스칼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스터블맨이라는 또 다른 자아를 내세워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때문에 이 앨범에 담긴 파스칼의 메시지는 어딘지 모르게 과거 자신의 발언과 연관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스터블맨만의 고유한 분위기를 경험하게 한다. 장르적 요소들을 살펴보면 기존 파스칼의 음악에서 차용되었던 다양한 표현들이 이번 앨범에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일렉트로닉에 기반을 두면서 펑크적인 표현을 빌려 앰비언트적인 정경을 펼치는데, 앨범은 이와 같은 개별 요소들을 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조합의 방식과 효과에 더 주목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여기에는 이 앨범이 미국을 횡단하며 작가가 받은 영감에 기초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로드 뮤직의 성격을 지니며 사적 경험 묘사에 방점을 두고 있어 장르적 특징을 부각하기보다 정서의 재현에 적합한 표현으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별 곡들이 지닌 독특한 분위기는 여행자의 세밀한 정서를 묘사하고 있으며 각 제목과 어울리는 표제적 강렬함도 동반한다. 특히 제목과 연관 지어 곡을 들으면 시각적 묘사와 정서적 서술을 구분하기 힘든 낯선 경계에 서 있는 듯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자기 개성이 강한 개별 트랙을 따라가다 보면 앨범 전체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 이야기 전체에 흐르는 균일한 시각과 서정을 마주하게 된다. 그것이 궁금하다면 앨범 커버 아트를 보라고 하고 싶다. 이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2019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