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und

Studnitzky - Nocturnal (XJAZZ!, 2022)

독일 피아니스트 겸 트럼펫 연주자 Sebastian Studnitzky의 앨범. 재즈, 모던 클래시컬, 일렉트로닉의 융합을 보여주는 여러 사례 중, 세바스티안은 트럼펫이 지닌 고유한 질감과 연주를 통해 완성되는 라인을 이용해 깊이 있는 정서적 반영을 보여주는 인상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자신의 이름으로 발매하는 타이틀 외에도 KY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솔로 및 밴드 음악을 선보이기도 하며, XJAZZ! 레이블을 설립하고 XJAZZ Festival을 조직해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솔로 작업 형식으로 녹음된 이번 앨범은 타이틀에서 암시하고 있듯이, 불면증으로 상징되는 새벽 시간에 진행된 라이브 스트리밍의 경험을 바탕에 두고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6개월 동안 진행된 일요일 저녁과 새벽의 즉흥 세션의 독특한 시공간적 분위기가 농밀한 표현으로 녹아든 것이 이번 작업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음악은 크게 두 가지 텍스쳐가 공간적 대비를 통해 공존을 이루며 진행되는데, 일렉트로닉은 마치 새벽의 분위기를 형상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트럼펫은 그에 반응하는 정서적 반향을 담아내는 듯하다. 일렉트로닉의 통상적 표현에서 흔히 새벽을 묘사하는 데 주로 사용하는 사운드스케이프나 드론이 아닌 스텝 시퀀싱이나 아르페지에이터를 적극적으로 이용해 일렉트로닉의 공간을 구성하며 다분히 감각적인 형상을 보여주기도 하여, 어쩌면 그 시간이 새로운 창의를 위한 활력을 제공한다고 느끼게 한다. 물론 시공간에 대한 일상적 통념을 반영한 싱글 레이어의 사운드스케이프와 제한된 이펙트에 단순한 리버브만으로 연출된 호른 연주로 정서적 몰입을 부각한 연주를 들려주며 새벽의 정막과 우울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처럼 앨범은 세바스티안의 솔로 및 KY와 공동 타이틀로 이루어진 곡들을 비롯해 드럼/퍼커션 연주자 Bodek Janke이 참여한 트랙 등을 통해 ‘야행성'으로 상징되는 불면과 새벽의 다양한 분위기와 정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듯하다. 두 가지 다른 장르적 요소의 융합에서 세바스티안이 보여주는 방식은 다분히 기능적 역할에 주안점을 둔 듯한 접근인데, 일렉트로닉과 재즈가 지닌 각각의 표현이 균형적 조합을 이룰 수 있는 특징을 최대한 살려 자신만의 음악적 분위기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세바스티안의 음악이 일렉트로닉에 수렴하는 현행의 앰비언트 재즈나 누-재즈 등과 같은 장르적 경향성과는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는데, 이는 연주 중심의 기악적 특성을 중심으로 임프로바이징의 공간을 확장하며 진행되는 특징은 물론, 두 가지 장르적 요소의 연관 사이에서 주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긴장과 균형의 접점에 끊임없이 천착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재즈의 접점이기도 하고, 동시에 일렉트로닉의 경기이기도 한 양면성을 보여주며 유니크 한 매력을 발산한다.

 

202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