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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uso Sáiz & Menhir - Just Before Silence (Phantom Limb, 2022)

스페인 전자음악가 Suso Sáiz, 그리고 Iván Cebrián와 Coco Moya의 듀오 프로젝트 Menhir의 협업 앨범. 1957년생인 수소는 스페인 뉴에이지 운동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단순히 편안한 분위기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통상적 의미에서의 뉴에이지가 아닌, 기존의 지배 질서가 강요하는 관습적 행위로부터 탈피해 인식의 자율성을 확장하려는 일련의 모든 실천을 통칭한다. 물론 그의 음악을 이루는 미니멀리즘이나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제시한 문제 제기에서 다분히 명상적 색채를 띠는 것도 사실이지만, 수소가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포괄했던 수많은 표현은 그의 음악을 한정적인 범주로 제한하기 힘든 것 또한 분명하다. 전자음악가이면서 동시에 앰비언트의 경향적 특징들이 현재의 언어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도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 언어와 표현의 분화 및 구체화에도 수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인물이기도 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반과 코코의 멘히르는 비교적 최근에 데뷔한 신인이며 Sound Track (2018)을 통해 살펴본 음악적 특징 또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콜라주, 클래식, 록 등을 융합한 다면적인 특성을 지닌 독특한 형상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이들 협업은 단순히 스페인 신구 뮤지션의 만남이라는 형식적인 상징성 외에도, 서로 다른 경향적 특징을 보여주는 음악인들이 어떤 집단적 합의를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포함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은 사전 협의를 생략한 채 스튜디오에서의 즉흥 연주를 통해, 각자의 순수한 음악적 직관에 의지해 전체적인 기본 작업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코코는 “음악적 인식과 감정이 공존하고 서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이 모든 과정이 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 부드럽고 고요하지만, 무게감 있고 신중하게 이어지는 수소의 앰비언스 위에 펼쳐지는 멘히르의 음악적 퍼포먼스는 매 순간의 다양한 정서적 흐름을 투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 진화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간다. 그 모습은 마치 수소가 음악적 사색을 위한 모티브를 제공해주고, 이반과 코코가 그 위에 각자의 명상적 표현을 더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사실상 조화와 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전재하지 않았지만 이미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과 다름없는 깊이 있는 일체감을 완성한다. 마치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동료들이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듣는 듯한 몰입을 경험하게 하는 앨범이다.

 

202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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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so Sáiz - Resonant Bodies (Music From Memory,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