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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Swoop and Cross - Stories of Disintegration (Time Released Sound, 2018)


런던에서 활동 중인 포르투갈 출신 작곡가 겸 연주가 Ruben Vale의 프로젝트 스우프 앤 크로스의 데뷔 앨범. 뮤지션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참고할만한 기존 음반이 존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앨범에 대한 유일한 개인적인 편견은 레이블과 관련된다. 2011년에 설립되어 수작업으로 한정 제작되는 음반들은 앰비언트, 포크, 일렉트로-어쿠스틱 등의 다양한 경향성을 지닌 작업들을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성과로 수렴시키는 음악적 고집스러움을 집약하고 있다. 패키지 그 자체가 지닌 소장 가치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선보였던 음악적 내용에 있어서도 남다른 유니크함을 보여줬는데, S&C의 이번 앨범 또한 레이블의 원칙이 반영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다소 어마 무시한 앨범의 타이틀과는 달리 이 안에 담긴 이야기들은 향수 어린 목가적 테마들을 낭만적인 침묵의 언어로 아름답게 서술하고 있다. 전자 건반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쿠스틱의 느낌에 근접한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형식에 있어서는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음악적 지향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상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이 지닌 매력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루벤의 음악은 단순히 연주의 주요 진행과 반주라는 표현으로 환원하기에는 음악 자체가 만들어내는 스토리의 이미지가 또렷하여 마치 소박하지만 정교한 사운드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솔로 연주의 공간을 분할하여 전경을 이루는 메인 라인에 조화를 이루는 사운드 스캐이프를 후경에 펼침으로써 입체적인 음악적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그 의미를 유추하기 힘든, 다분히 선험적인 테제처럼 들리기도 하는 개별 트랙의 제목들 역시 듣는 이의 음악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루벤 자신의 사적인 경험이 반영된 멜랑콜리한 테마들은 마치 뮤지션이 우리에게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먼저 들려줌으로써 듣는 이의 정서적 공감을 형성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이 특별한 기교나 장치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음악 그 자체가 만들어낸 효과라는 점에서 이 뮤지션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2018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