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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erence Blanchard - Absence (Blue Note, 2021)

미국 트럼펫 연주자 Terence Blanchard의 앨범. 최근 들어 영화 음악 작곡가로 더 많은 활동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래도 테런스는 오늘날 미국 재즈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이며 전통의 현대적 계승자로 지목할 수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다. 이번 앨범은 오랜만에 선보이는 The E-Collective와의 작업으로 Live (2018)를 제외한다면 Breathless (2015)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진 스튜디오 녹음이다. 이번 녹음에는 피아노 Fabian Almazan, 기타 Charles Altura, 베이스 David Ginyard, 드럼 Oscar Seaton 등 기존 E-Collective 멤버 외에도 Turtle Island String Quartet이 참여하고 있어 기존과는 조금 다른 사운드 텍스쳐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Wayne Shorter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이번 앨범의 성격에 맞게 거장의 오리지널을 다섯 트랙 포함하고 있으며, 그 외 테런스 본인을 비롯해 TEC 멤버들의 원곡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앨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TISQ와의 협업이다. 재즈 연주자들과 많은 협연을 했던 TISQ의 사운드가 장르적인 특성과 잘 어울리고 있으며, 웨인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채워줄 고전적 혹은 정통적 상징을 담지한 일종의 클리셰처럼 개입하고 있다. 확실히 전통적인 포스트-밥의 음악적 표현을 구사하는 TISQ와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를 활용하는 TEC의 대조적인 질감은 앨범 전체를 통해 의도적으로 부각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 개의 서로 상이한 사운드 군의 상호 접점이나 간섭은 최소화되어 있고, 심지어 서로 다른 공간적 리버브로 마치 독립적인 위상을 지닌 듯한 분위기로 나열되어 이어지기도 한다. "The Second Wave"와 같은 곡의 경우 TISQ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 감독인 David Balakrishnan이 작곡한 곡으로 온전히 쿼텟의 연주로만 이루어지기도 한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음악적 텍스쳐와 콘텍스트를 하나의 공간 속에서 레이어링 했을 때 서로의 관계가 모호해질 수 있는 혼탁 대신, 오히려 이와 같은 병렬적 나열을 통해 그 대비를 명확히 함으로써 정통과의 연관을 부각하는 전략이 현명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다음 달 말 개막 예정인, 뉴욕 Metropolitan Opera 136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이는 흑인 작곡가의 무대를 앞둔 테런스 자신의 음악적 의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무튼 마력과 직진 성능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아메리칸 머슬과도 같은 앨범이다.

 

2021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