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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e Bad Plus – The Rite of Spring (OKeh, 2014)


배드 플러스의 반가운 2014년 신보. 앨범 타이틀을 보고 혹시? 하셨던 분, 역시! 그거다. Igor Stravinsky의 ‘봄의 제전’을 이 깜찍한 트리오가 커버한 것이다. 봄이라는 계절에 대해 사람들이 품는 희망이라는 감정의 모호하고 허구적인 은유들을 벗어던진다면 그 뒤에 감춰진 감춰진 불안과 불쾌함이 우리와 마주하게 된다. 음악이 진실을 들어내는 가장 명료한 언아라는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스트라빈스키는 봄에 대한 허상이 아닌 인간 본연의 감정에 가장 충실한 표현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출시켰다고 할 수 있다. 스트라빈스키가 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봄의 제전’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지 101년이 지났다. 아직까지도 수 많은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는 이 문제적 텍스트에 대해 배드 플러스는 트리오라는 미니멀한 편성을 통해 재구성을 시도한다. 70년대 초에 허버트 로스가 일부 악절들을 재즈 스타일로 연주한 적은 있지만 배드 플러스는 전곡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불협이 만들어내는 긴장, 대편성을 이용한 공간의 수축과 확장 등을 트리오로 재현하기란 사실상 버거운 일이다. 때문에 이들은 피아노와 베이스를 이용해 화성의 조화와 일탈을 정교하게 구성하고, 드럼으로는 멜로디가 표기된 악보를 연주하듯 한 사운드 이미지를 연출한다. 그만큼 자율성의 공간은 철저히 배제되고 총체성과 규제의 기악적 효과만 존재하게 된다. 즉, 이미 그 자체로 하나의 오케스트레이션이 완성된 셈이다. 기존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다양한 사운드 레이어의 층위적 총합을 다룬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면 (서로 다른 해석을 보여주긴 했지만 번스타인도 그렇고 무티도 이런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배드 플러스는 각 악절의 모티브들을 중심으로 표현의 단일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앨범은 현대음악의 재즈적 해석이라는 느낌보다는, 이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해석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물론 배드 플러스 특유의 음악적 응집력도 그 어느 때보다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2014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