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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e Echelon Effect - Signals (self-released, 2017)


영국 출신 David Walters의 프로젝트 그룹 디 에셜론 이펙트의 신보. 2009년 데스크 탑 컴퓨터로 제작한 음원들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자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하여 매년 엄청난 분량의 정규 앨범과 EP들을 발표하기 시작한다. 이후 Sierra (EP, 2014)를 마지막으로 디 에셜론 이펙트의 활동은 잠시 휴지기를 갖지만 Aaron Gilbert와 Random Forest라는 그룹을 결성해 4장의 EP를 발표한다. 이번 앨범은 디 에셜론 이펙트의 이름으로 3년만에 발매한 풀 타임 정규 일곱 번째 앨범다. 일렉트로닉에 기반한 앰비언트적 베이스를 바탕에 두고 있으면서도 포스트-록적인 표현들을 활용해 독특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선보였던 월터스는 이번 앨범에서도 자신만의 직관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드럼과 사람의 목소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악기와 효과들을 스스로 소화하고 있다. 디 에셜론 이펙트의 음악은 장르적 특성 상 마이너한 취향을 대상으로 할 수 있겠으나 속도감 있는 진행, 다이나믹한 멜로디 라인, 볼륨감이 느껴지는 적절한 사운드의 규모 등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나름의 대중적 관심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이 앨범 발표 직후 Bandcamp에서 앰비언트 부문 베스트 셀링 1위를 차지할 만큼 그의 음악은 대중적으로 어필 할 수 있는 요소들이 강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월터스 스스로 대중적 취향을 반영한 결과가 아닌, 뮤지션 자신의 음악적 욕구가 표현된 결과일 뿐이다. 실제로 데뷔 초부터 랜덤 포레스트 시절을 거쳐 지금 이 앨범에 이르기까지 월터스의 기본적인 음악적 스탠스가 바뀐 것은 없으며, 오히려 사운드의 완성도를 보다 세밀하게 가다듬는 방향으로 조율을 시도한다. 이 앨범에 담긴 개별 곡들의 측면에서 보면 다양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예전에 월터스가 선보였던 음악들을 반추해보면 이미 익숙한 모습들이 보이는 것도 분명하다. 이번 앨범이 기대 이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이상도 아닌, 딱 기대만큼을 보여준다. 매번 그렇듯 디 에셜론 이펙트 다운 앨범이다.

 

2017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