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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e Flashbulb - Dormant: Movement 1 through 7 (Alphabasic, 2018)


미국의 작곡가 겸 프로듀서 Benn Jordan의 프로젝트 플래시벌브의 신보. 밴은 광고나 영화 등 영상 매체와 관련된 음악 분야에 활동하면서 동시에 개인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본명과 더불어 플래시벌브라는 이름을 함께 사용하며 활동하는데, 영상 관련 음악에는 밴 조던이라는 이름을 쓰고 2000년대 이후 개인 프로젝트에는 주로 활동명을 이용한다. 또한 그의 이름이 유명해진 계기 중에는 인터넷망 중립성이나 저작권법에 대한 비판적 태도와 관련된 개인적 실천도 존재한다. 소속된 음반사가 도산하자 기존 개인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Alphabasic를 설립해 기존 대표작을 음원 공유 사이트에 직접 올리는가 하면, 상업적 플랫폼보다 토렌트가 문화와 예술의 자유로운 접근에 더 유용하다는 래디컬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플래시벌브의 음악은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하면서 동시에 어쿠스틱 악기의 역할 또한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자신만의 독특한 기악적 앰비언스를 완성하고 있다. 그 외에도 현재 앰비언트 음악이 지향하는 묘사적인 특징과는 달리, 비록 기존의 전통적인 진행 형식에서 다소 벗어나긴 했어도 나름의 내러티브의 구성을 지닌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영상 관련 음악 작업이 지닌 성격이 반영된 결과일 수도 있겠고, 밴 자신의 시네마틱한 취향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대목으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번 앨범에서는 특히 기악적 특징들이 더욱 강조되면서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를 이용해 예전과는 다른 사운드 스테이지를 선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전면적이라기보다는 개별 곡이 지닌 내러티브의 구체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존 플래시벌브의 음악과 전혀 이질적인 느낌은 들지 않는다. 비록 앨범 전체는 20분도 넘기지 않는 짧은 길이지만, 일곱 편의 짧은 단편들은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저마다의 서정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처럼 개별 곡의 구체성도 눈에 띄지만 앨범 전체가 마치 하나의 주제의식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휴면에 관한 일곱 편의 이야기다.

2018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