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싱어송라이터 Sam Beste의 솔로 프로젝트 앨범. The Vernon Spring이라는 이름 붙여진 샘의 솔로 작업은 그가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 그룹 Hejira와는 전혀 다른 음악적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어 색다른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흔히 말하는 성인 취향의 대중적 콘셉트의 음악과는 동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화려하고 세련된 기존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피아노 솔로를 메인으로 하고 있으며, 펠트 한 업라이트에 바이닐을 통해 재생되는 듯한 로우-파이의 공간적 묘사를 연출하고 있다. 장르적으로는 재즈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일렉트로닉 이펙터나 여러 공간 계열 필터 등을 활용해 앰비언트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렇다고 해서 샘은 현란한 피아노의 테크닉을 펼치는 것도 아니다. 간간히 들리는 싱커페이션은 많은 연습을 한 아마추어가 자신의 실력을 뽐내기 위한 것처럼 들리며, 연주 그 자체만 놓고 본다면 마치 호텔 라운지에서 BGM처럼 기능하는 수준의 오디너리 한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음악적 공간 속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의외의 흥미로움을 제공한다. 감염병 사태로 인한 폐쇄 기간 중에 완성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앨범은 오디너리 한 연주와 루즈한 공간 묘사를 통해 다분히 일상성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의도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 개의 트랙들 사이에서 보이는 서로 다른 피아노의 텍스쳐나 일관되지 않은 리버브, 간혹 일부 곡에서 중고역대가 부스트 되어 찌그러지는 사운드가 들리는 등 후반 작업에서조차 헐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살짝 귀에 거슬리는 대목이다. 나른한 봄날 오후 창가에 앉아 광합성을 하며 낮잠을 청하기 위한 배경으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싶다.
2021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