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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eo Alexander - Broken Access (Luau, 2018)


런던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테오 알렉산더의 신보. 모던 클래시컬 계열의 뮤지션으로 분류되는 테오의 작업은 피아노의 미니멀한 테마를 바탕으로 그 위에 루프, 필드 리코딩, 드론 효과 등의 레이어가 더해진 사운드가 특징이다. 1631 Recordings에서 발매된 Waiting For You To Die (2017)에서는 이와 같은 특징이 서정적이고 명료한 사운드로 표현되었고, 그 이전의 Fixations (2015)에서는 현악의 레이어를 이용한 고전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Blank Editions 레이블에서 발표한 Points of Decay (2017)에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운드의 텍스쳐를 선보였는데, 이전의 명징한 사운드 대신 로우파이를 의도한 듯한 불투명한 음질을 드러낸다. 분명 기획 단계에서부터 의도한 사운드였지만 메인 라인과 레이어가 뒤엉켜 음악의 핵심까지 모호해진 연주로 인해 개인적으로는 듣기 어려웠던 음반으로 기억된다. 이번 앨범은 1631 Recordings와 Blank Editions의 작업 사이,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위치한 듯한 인상을 준다. 탁하고 불투명했던 로우파이의 연주는 명료한 피아노 사운드와 대칭적인 레이어로 밸런스를 이룬다. 앨범에 수록된 다섯 개의 곡은 매번 균형점을 옮겨가며 사운드의 대비와 구성을 이루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 대비되는 두 가지 텍스쳐의 사운드를 조합한 방법은 이미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이와 같은 대비와 구성의 다양한 형식을 사고하고 실천한 예는 그리 흔치 않다. 녹음 과정에서의 사소한 기교 정도로 보일 수도 있었던 이와 같은 접근방식을 통해 사운드 그 자체가 전하는 풍부한 텍스쳐는 물론, 음악이 담고자 하는 콘텐츠에서도 다양한 정서와 감정이 이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로 다른 질감을 지닌 두 가지 사운드의 레이어가 어떤 형식의 대비를 이루느냐에 따라 음악이 전하는 메시지는 미묘하게 점멸하고 그 느낌 또한 사뭇 다르게 전달된다. 기악적 완성만으로 전달하기 힘들었던 그 미세함을 테오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표현한 셈이다. 커버아트와 묘하게 닮은 음악이다.

2018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