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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omas Naïm - On the Far Side (Rootless Blues, 2023)

 

프랑스 기타리스트 Thomas Naïm의 앨범.

 

토마스는 어린 시절 기타를 접하며 록과 펑크는 물론 보사노바와 레게 등을 거쳐 점차 음악적 관심을 재즈까지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본격적인 데뷔 이후 Joyce Hozé와 함께 Tom & Joyce를 결성해 남미 음악과 재즈의 영향을 받은 일련의 녹음을 선보이기도 했으며, 이후 전업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며 여러 유명 뮤지션들의 세션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우리에게는 보컬 나윤선과의 작업으로도 무척 친숙하다.

 

토마스가 본격적으로 자기의 이름을 건 타이틀을 선보인 것은 비교적 최근으로, 2010년대 말 베이스 Marcello Giuliani와 드럼 Raphaël Chassin과 함께 Desert Highway (2018)을 발표한다. 흔히들 아메리카나로 통칭할 수 있는, Bill Frisell이나 Ry Cooder와 같은 뮤지션의 영향을 감지할 수 있는 일련의 경향적 특징을 담아내며, 지금까지 여러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활동하며 감춰졌던 자신만의 고유한 음악적 색과 취향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Jimi Hendrix 사망 50주년에 발매한 헌정 커버 앨범 Sounds of Jimi (2020)에서는,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보다 명확히 제시하며 북미의 전통으로부터 유래한 영향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이번 앨범은 기존 작업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온 트리오 멤버들과 더불어, 오르간/피아노 Marc Benham이 가세했고, 일부 트랙에서는 색소폰 Laurent Bardainne도 참여하여, 보다 확장된 공간 및 사운드와 더불어 새로운 분위기까지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지금까지 선보인 토마스 특유의 음악적 분위기에 하몬드의 사운드가 더해지며, 보다 농밀해진 스타일의 레트로 감성을 경험할 수 있다. 오르간이 연출하는 사이키델릭 한 분위기 외에도 볼드하면서도 블루지 한 톤의 기타는 물론 드럼과 베이스의 기능적인 세션이 더해지며, 전체적인 음악적 총합에서 아메리칸 스타일의 고전미를 강하게 발산한다.

 

공간 운영 또한 다분히 고전적인데, 이는 전통적인 밴드 스타일의 구성과 재즈적인 진행을 유연하게 혼용하는, 절묘한 양식의 퓨전을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밴드 특유의 정합성을 강조하면서도, 곡이나 구성에 따라 즉흥적 공간을 개방하기도 하고, 인터랙티브 한 모멘텀을 지속해 프레이즈를 이어가는 등의 유연함을 지니고 있어, 전체적으로 고유의 밀도 속에서 다이내믹한 절정을 자연스럽게 완성하는 노련미를 풍긴다. 때로는 드럼과 베이스가 연출하는 재즈 특유의 워킹과 템포에 멜로디와 하몬드의 코드가 농밀하게 녹아들기도, 피아노 혹은 기타의 어쿠스틱 사운드로 이루어진 공간에서도 나름의 균일한 정서적 분위기와 감성을 절묘하게 담아내기도 한다. 현대작인 사운드 관리와 공간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지만, 거친 느낌을 음향적으로도 적절하게 구현하고 있어, 노이즈나 디스토션에도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여주는데, 시장 골목 노포에서 기대하게 되는 한 끼 식사의 분위기를 떠올리면, 이 모든 것은 적절하고 절묘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매시브 하게 전달하는 집합적인 밴드 사운드가, 앨범이 담고 있는 음악적 콘텐츠를 더욱 설득력 있게 전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다분히 터프하면서도 퇴폐미까지 풀풀 풍기며, 때로는 냉소적이면서도 비장하기까지 한, 낭만적이면서도 영화적인 서사를 그려내는 앨범의 분위기는 매력을 전한다. 실제로 듣다 보면 미국식 장르 영화나 드라마의 고전들이 떠오르는 묘한 기시감을 경험하게 하여 아련한 감성마저 느끼게 한다. 이렇게 보면 다분히 B급 정서에 충실한 음악적 재현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처럼 충만한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면, 이 자체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기만 하다.

 

 

2023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