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즈 피아니스트 토마스의 솔로 앨범. 우연히 접한 앨범이라 큰 기대 없이 들었다가 완숙함에서 오는 여유와 노련한 타건에 놀라 검색해봤더니 1970년 생이고 나름 꾸준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전주의적 온건함이 묻어나는 서사적 테마가 있는가 하면 코드와 스케일을 섬세하게 분할해 새로운 평면도 위에서 재구성을 이어가는 듯한 학구적인 임프로바이징도 존재한다. 주법 또한 클래식적인 엄밀함을 보여주다가 어느새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러운 싱코페이션이 개입하는가 하면 펜타토닉만을 이용한 오소독스 한 솔로가 이어지기도 한다. 건반과 건반을 이어가는 간격 사이에서 이지적인 면모가 넘치지만 표현 자체는 일상적이어서 무척 매력적이다. 이런 뮤지션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2021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