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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omas Strønen & Time Is A Blind Guide - Lucus (ECM, 2018)


노르웨이 출신의 드러머이자 작곡가 토마스 스트뢰넨의 어쿠스틱 프로젝트 TIABG의 신보. 토마스가 지금까지 선보였던 다양한 음악적 프로젝트들 중에서 Food는 일렉트릭 사운드를 기반으로 재즈와 록의 경계면에서 행해진 실험이라면 Time Is A Blind Guide (2015) 앨범을 계기로 기획된 TIABG는 피아노와 현악기들을 바탕으로 재즈와 클래식의 접점에서 진행될 수 있는 일련의 음악적 표출을 그려내고 있어 분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TIABG 프로젝트의 두 번째 녹음인 이번 앨범에서는 전작의 Kit Downes 대신 노르웨이에서 활동 중인 일본계 피아니스트 Ayumi Tanaka가 참여한 것과 퍼커션 파트를 생략한 것을 제외하면 Håkon Aase (volin), Lucy Railton (cello), Ole Morten Vågan (b) 등의 구성에서는 동일하다. TIABG 프로젝트는 이미지로 형상화되는 리듬 패턴의 분화와 해체를 중심으로 그 위에 다양하게 구성되는 멜로디의 불규칙성을 기본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작에서는 두 명의 타악기 연주자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어서 매우 복합적인 공간 구성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TIABG의 음악적 스트럭처를 비교적 명료하게 가다듬고 있다. 스트뢰넨의 드럼이 곡의 토대를 구성하면 그 위에 피아노가 라인을 올리고 베이스가 틀을 마련하면 그 안에서 두 현악기가 자율적인 공간 구성을 완성시키는 방식의 진행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인다. 그만큼 전작에 비해 피아노의 역할이 더 부각되며 테마에 의존한 진행보다는 확대된 임프로바이징의 모멘텀을 적극 확대하는 과정이 강조된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서 스트뢰넨이 구사하는 해체된 리듬의 형상과 그 위에서 피아노가 구성하는 일련의 순열적 라인 사이의 긴장과 연관이 이전 앨범과는 다른 음악적 콘텍스트를 경험하게 한다. 때문에 이번 TIABG의 음악은 마치 트리오의 기본 구성에서 현악을 확장한 듯한 표현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여기에 현악 파트는 어쿠스틱 프로젝트의 사운드 텍스처는 물론 음악적 콘텐츠를 완성시키고 있다. 귀를 기울이는 만큼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앨범이다.

201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