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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homas William Hill - Asylum For Eve (Village Green, 2017)


영국 작곡가 토마스 윌리엄 힐의 첫 Village Green 발매 앨범.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레이블이 지금까지 발매한 타이틀이나 소속 뮤지션들의 면모를 보면 한 번 더 관심을 갖고 음반사의 활동을 살펴보게 된다. 토마스 또한 레이블의 이름을 다시 둘러보게 만드는 인물 중 한 명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비교적 최근까지 Wauvenfold와 Origamibiro 등의 그룹에서의 활동과 더불어 드라마 Doctor Who 시즌 7의 트레일러 곡을 포함한 다수의 미디어용 음악들을 다수 작곡했다. 나름 긴 시간 동안 지속되었던 그룹과 개인 활동 속에서 이번 앨범은 자신의 이름으로 발매되는 첫 솔로 앨범이라는 점에서 토마스 자신은 물론 레이블로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과학 다큐 음악을 작곡했던 토마스 개인의 경험 탓인지 앨범의 타이틀에서부터 수록곡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테마들을 소재로 한 제목들이 많다. 실제로 수록곡들 중 일부는 기존 다큐용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서 연주한 것은 물론이고 이번 앨범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음악도 포함되어 있다. 작곡가는 현존 인류의 가상적 모계시조인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대한 가설을 모티브로 앨범 전체를 꾸몄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가 설명하는 방식을 따라가 보더라도 과학의 가설을 어떻게 음악적 구조로 형상화 했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이와 같은 작가의 의도를 잠시 잊고 음악 그 자체에만 집중하더라도 이 앨범이 지닌 미적 가치에 동감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앨범의 곡들은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사운드 레이어가 서로 조합을 이루며 완성된다. 낡은 업라이드 피아노와 다양한 조합을 이루는 현악 파트는 서로 상이한 텍스쳐의 사운드로 명암의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음악적 공간을 만들고 있다. 마치 예전 Origamibiro 시절 상이한 사운드의 대치를 활용한 작업을 피아노와 현악기들로 추상화해서 재구성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후반 작업에 대한 아쉬움도 있긴 하지만, 앨범의 형식으로 토마스의 작업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2017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