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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ill Brönner & Dieter Ilg - Nightfall (OKeh, 2018)


독일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틸 브뢰너와 베이시스트 디터 일그의 듀엣 앨범. Verve와 OKeh 레이블 등을 통해 발매된 틸의 앨범들 대부분은 국내에 소개되었고, ACT에서 발표한 디터의 작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둘이 함께 공연한다는 소식은 몇 년 전부터 전해지기도 했는데, 그 과정의 일말을 이제야 앨범으로 접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들의 음악적 스타일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두 뮤지션의 조합에서 어떤 연주들이 펼쳐질 것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이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러한 기대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합의를 이번 앨범은 담고 있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진부함보다는 기대의 부응에서 오는 쾌감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왔지만 스토리텔러로써의 공통된 면모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음악적 조화를 이루는데 큰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들은 스스로를 과장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자신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드러내는 일상적인 표현들을 주로 구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때로는 대립적인 의견들이 고스란히 노출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서로의 장점에 기대어 자연스러운 음악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선곡 리스트만 보더라도 다양성을 바탕으로 둘의 음악적 합이 표현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잘 드러난다. 각자의 취향과 둘의 조화를 염두에 둔 듯한 선곡은 레오나드 코헨, 비틀스, 윌 아이 앰과 브리트니 등의 팝퓰러 넘버에서 바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제롬 컨, 조니 그린, 오넷 콜맨 등의 고전은 물론 자신들의 오리지널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다양한 레퍼토리들 속에서도 자신들의 장점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면서도 어떻게 조화로운 음악적 합의를 도출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둘 사이의 평소 대화를 음악에 대입시킨 듯한 연주는 늘 서로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으며 이야기의 주제 역시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유로운 흐름에 의지하고 있다. 일상성과 자연스러움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앨범이다.

2018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