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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im Garland - Weather Walker (Edition, 2018)


영국의 색소폰 연주자 겸 작곡가 팀 갈란드의 신보. 지금까지 재즈의 영역에서 클래식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다룬 작업은 많은 예를 들 수 있는데, 그 방식에서는 특별히 정형화된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느끼게 된다. 우선은 오케스트라의 규모와 형식의 구성에 관한 방법부터 협주의 공간에서 개별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에 이르기까지, 공동 작업을 기획하는 뮤지션의 의지 혹은 역량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갈란드는 대규모 편성의 앙상블과 재즈의 표현을 어떻게 하나의 공간 속에서 구현하고 현실화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자기 입장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성과와 경험을 축적한 뮤지션 중 한 명으로 손꼽아도 전혀 무리가 없다. 이번 앨범은 35인조 현악으로 구성된 English Session Orchestra와의 협연은 물론 갈란드 자신을 포함한 8인조 스트링 앙상블의 연주를 담고 있다. 여기에 오랜 동료인 Pablo Held (p), Jason Rebello (p), Yuri Goloubev (b) 등이 솔로이스트로 참여해 공간의 구성을 보다 입체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특이한 점은 드럼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현악 오케스트라 고유의 리듬에 맞춘 진행을 통해 보다 클래식에 가까운 사운드의 질감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이 점은 앨범에서 담고자 했던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풍광에 대한 목가적 묘사에 더 적합한 표현일 수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는 민속적 요소와의 융합에서 더욱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는 장점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두 가지 상이한 음악적 언어가 서로를 대면하는 방식에서 전혀 대칭적이거나 대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임프로바이제이션을 위한 공간을 협소하게 제한하는 대신 전체 진행의 균형을 강조한 결과겠지만, 그 결과 오케스트라와 솔로는 마치 웅장한 풍광과 그곳을 산책하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조화를 완성하게 된다. 음악 안에 자연을 담은 서정이 인상적이다.


2018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