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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im Hecker - The North Water (Lakeshore, 2021)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전자음악가 겸 사운드 디자이너 Tim Hecker의 오리지널 스코어. 이번 앨범은 국내에서 '얼어붙은 바다'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Ian McGuire의 원작 소설을 5부작 TV 시리즈로 제작한 The North Water (2021)을 위한 곡을 수록하고 있다. 드라마는 1850년대 북극으로 가는 영국 포경선 안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닌 한 선원에 의해 자행되는 끔찍한 연쇄살인과 이를 저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하는 불명예 제대한 예비역 의사의 긴장을 축으로 진행된다. 여기에 북극 항해를 결정한 선사의 숨은 음모까지 더해지며 극한의 고립 상황에서 맞이하게 되는 인간의 폭력적 내면과 존엄의 가치에 관한 갈등을 극적으로 부각하는데, 특히 극 초반 숨 막히게 아름다운 북극의 빙하 위를 선원들에 의해 잔혹하게 죽어가는 동물들의 핏빛으로 물들이는 장면은 이후 그 폭력이 사람을 향해 행사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등 많은 복선과 은유적 상징이 활용되고 있어, 단순한 서스펜스 장르물 이상의 충격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은 시리즈에 긴장과 몰입을 더한 요소는 단연 팀의 음악들이다. 낭만적인 현실도피에서 시작해 비참한 허무로 끝을 맺는, 5시간에 이르는 이 공포와 불운의 여정을 팀은 차가운 사운드와 뒤틀리고 거친 음향을 통해 함께하고 있다. 평소 팀이 일렉트로닉은 물론 어쿠스틱을 이용해 다양한 음향의 조합을 실험하며 때로는 사운드 콜라주적인 총체성을 테마로 하는 앰비언트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지금까지의 여러 시도들 중 영상의 주제와 내용에 맞는 요소들을 조합해 음악적 완성을 이루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신서사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기본적인 사운드 위에 외부의 조력을 통해 첼로를 입혀 정서적 질감을 연출하고 그 저변에 퍼커션의 울림을 통해 심리적 자극을 완성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묘사적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엿보게 된다. 극 중 내러티브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오히려 그 상황과 배경을 강조함으로써 화면 너머에 있는 차가운 공기와 싸늘한 심박을 청각적으로 전해주는 훌륭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음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팀이 선보였던 개인 작업들과는 다른 정서적인 설득력까지 담고 있어 매우 인상적이다.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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