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팀 린그하우스의 신보. 17분 분량의 미닌 앨범 Vhoir (2016)와 이후 선보였던 싱글 몇 개가 팀에 대해 알 수 있는 사전 정보의 모든 것이며, 동시에 이번 앨범은 그의 공식적인 첫 풀타임 리코딩인 셈이다. 지금까지 팀이 선보였던 음악에는 하나의 기본적인 특징이 있다. 피아노 라인으로 메인 테마를 구성하고 신시사이저로 배경을 묘사한 다음 필드 리코딩이나 노이즈로 디테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이번 앨범에서도 이와 같은 기본 방식은 유지되고 있다. 또 한가지 팀 음악의 특징은 강한 묘사적 성격과 이를 배경으로 하는 표제적 특징이다. 이전 EP에서 6개의 곡 중 3개의 트랙에서 "Travel Sketches"라는 제목에 상황에 따른 부제를 붙였는데, 이번에는 앨범의 타이틀에 Memory Sketches라고 처음부터 그 성격을 분명하게 밝히고 자신의 음악을 시작하고 있다. 팀은 기억의 단편들이 연관을 이루며 완성되는 스퀀스보다, 기억 그 자체의 순간에 집중하고 연상되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앨범에 수록된 16개의 곡 중 상당수가 30초에서 2분 미만의 짧은 단편들이며, 3분을 넘어가는 연주의 경우 그 기억에 도달하기까지 자신의 (무)의식을 더듬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그가 묘사하고 있는 기억들은 대부분 장소나 상황 혹은 음악과 관련된,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구체적 경험과 연관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기억을 묘사하기 위해 팀은 피아노와 전자 음향의 이펙트 외에도 순간의 디테일을 완성할 수 있는 필드 리코딩이나 노이즈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실 이와 같은 묘사의 구체성은 자신의 기억을 완성하려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시각화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는 장치로 작용할 여지가 충분하다. 다분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을 담았다는 선언에서 음악을 시작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팀의 작업이 듣는 이와 동일한 감정선 위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뮤지션 자신의 섬세한 서정적 정서가 큰 힘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2018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