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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ingvall Trio - Birds (Skip, 2023)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다국적 재즈 3인조 Tingvall Trio의 앨범.

 

스웨덴 출신의 피아니스트 Martin Tingvall을 중심으로 쿠바 출신 베이시스트 Omar Rodriguez Calvo와 독일 출신 드러머 Jürgen Spiegel이 함께하는 팅발 트리는 2003년 결성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의 멤버 변화 없이 꾸준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다. 함부르크 항구 주변 작은 바에서 시작해 지금은 국제적인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는 트리오의 20년 경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구성원들 각자가 자신의 활동을 병행하면서도 트리오만의 고유한 음악적 공간을 완성하기 위한 헌신과 유대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재즈 트리오가 새로운 사운드와 장르적 요소의 도입을 통해 음악적 외연과 경계의 확장을 고민하고 있던 시절에도 팅발 트리오는 견고한 내연의 구축을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독창성을 확대한다. 재즈가 지닌 주변 장르와의 유연관 관계에 주목하지만, 새로운 유형적 특징을 도입해 확장을 시도하는 방식보다는, 재즈 트리오 고유의 음악적 형식을 기반으로 다양성을 수용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형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트리오에 대한 이들의 태도는 유연하여, 유러피언 특유의 개방적 양식에서부터 북미의 오소독스한 면모는 물론, 클래식, 민속, 라틴 등의 다양한 특징을 반영한 자신들의 오리지널을 통해, 자신들만의 언어와 표현으로 재현하고 있다.

 

이전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또한 마르틴의 오리지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각 연주자들의 개별적 특징을 개방하며 트리오 특유의 고유한 색감을 완성하고 있다. ‘새’라는 앨범의 타이틀과 더불어, 이와 직접 관련된 다양한 트랙들이 존재하며, 자연, 환경, 생존, 평화 등의 연관된 화두에 대해서도 직접 이야기하고 있다. 주제에 대한 선명성을 부각하면서도, 자신들의 음악적 언어가 지닌 유연성과 풍부한 표현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어, 지금까지 트리오가 선보인 그 어떤 앨범보다 대중적이라는 인상도 받게 된다. 실제로 앨범은 지금까지 트리오가 선보였던 작업에 비해 풍부하고 다양한 감정을 다루고 있어, 때로는 유쾌하고 발랄하다는 느낌을 주는 곡도 다수 존재한다.

 

여전히 북유럽 특유의 서정미와 북미의 정통적 표현의 공존을 다루면서도, 자신들의 언어 속에 수용 가능한 다양한 음악적 양식들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클래식, 블루스, 록, 민속 등의 다양한 요소적 특징을 담은 스케일과 코드 진행은 개별 트랙이 지닌 특징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트리오가 지닌 내적 긴밀함과 견고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개별 트랙의 특징에 맞게 구조화된 양식 안에서도 각 공간의 자율성을 활성화하며 뮤지션 각자의 자연스러운 능동적 표현을 개방하는 과정은, 하나의 단일한 색감으로 수렴하는 모습처럼 비치기도 하여, 때로는 각 곡이 지닌 스타일의 다양성이 트리오의 여러 표현이 지닌 유연함을 보여준다는 느낌도 갖게 한다. 경쾌한 흐름 속에서는 그에 적합한 각자의 표현을 개방하며 상대의 자율성에 반응하고, 서정적인 호흡에서는 상호 견인을 통해 내밀함을 축적하는 인터랙티브한 긴밀함을 완성한다.

 

“딱따구리”에서 시작하여 “평화를 위한 외침”으로 끝을 맺는 앨범은 각 트랙에 맞는 묘사적 혹은 서술적 표현을 감정의 형태로 담아내고 있어, 듣는 입장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직관적으로 전해진다. 설득보다는 공감에 기대고 있어, 편안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몰입을 끌어내며, 대중적으로도 큰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견고한 음악적 언어를 활용하여, 팅발 트리오만의 온전한 음악적 표현으로 완성도 있게 담아내고 있어 인상적인 앨범이다.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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