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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àn - Histós Lusis (Eilean, 2017)


영국에서 활동 중인 프랑스 작곡가 Anthony Elfort의 프로젝트 그룹 또안의 데뷔 앨범. 2010년 초반만 하더라도 안소니는 The Qiwu Selftet라는 활동명으로 재즈와 힙합을 결합시킨 다운템포의 트립합 음악을 선보였었는데, 최근에는 또안이라는 이름으로 예전과는 다른 음악적 스타일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3개의 트랙으로 이루어진 Variations désespérées d'événements cycliques en 3 parties (2016)라는 EP에서 안소니는 기존의 음악적 장르에서 벗어나 샘플링을 이용한 독특한 형식의 전자음악을 시도했고, 이번 앨범은 그의 아이디어들을 보다 구체화시킨 결과물로 보여진다. 조금 더 보충하자면 기존 EP의 두 번째 트렉 "VDEC2"에서 시도했던 방식들, 즉 필드 레코딩이나 낡은 LP 등에서 채집한 음원들을 활용해 모던 클래시컬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앰비언트적 연출 의도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는 신시사이저의 활용에 의지하지 않고 옛 음반과 필드 레코딩은 물론 실제 연주 등을 이용해 곡을 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시사이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와 유사한 효과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안소니가 그와 같은 의도적인 번거로움을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밝히고 있지 않으며 짐작하기도 어렵다. 다만 의식하고 듣지 않는다면 알아차리기 힘든 정교한 효과들이 앨범 곳곳에 존재하고 있으며, 그 분위기가 때로는 압도적인 것 또한 사실이다. 낡은 음반에서 추출한 음원과 실제 연주의 구분이 모호한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악기 연주 위로 노이즈를 레이어링해서 낡은 LP 효과를 내는가 하면 기악과 음원을 중첩시켜 의도적으로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음악적 형식이나 구성의 비정형성이 선사하는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사운드 자체가 선사하는 상상력과 그 효과의 즐거움은 예상 외로 큰 편이다. 스스로 자신을 지칭하며 언급했던 바와 같이, 작곡가와 사운드 디자이너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 앨범이다.


2017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