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활동 중인 바이올린/비올라 Lisa Marie Vogel, 바이올린 Katrine Grarup Elbo, 첼로 Marie-Claire Schlameus로 이루어진 현악 트리오 Toechter의 앨범. ‘딸들’이라는 의미를 지닌 테시터는 덴마크와 독일 연합으로 구성된 트리오로 2020년에 결성되었고 지금까지는 몇 편의 싱글을 공개하며 조심스럽게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시작한 그룹이다. 멤버들은 전문적인 클래식 교육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들이 속한 실내악 혹은 교향악단 활동은 물론 녹음이나 영화 및 TV 음악 분야에서 나름의 경력을 축적해온 연주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조합은 단순한 기악적 결합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현악의 특성을 넘어선 신선한 사운드의 총합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 작곡의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전통적인 현악을 중심으로 하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활용해 모던 클래시컬에서 일렉트로닉을 연상하게 하는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을 연출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현악의 주법을 활용해 서로 다른 톤과 텍스쳐의 대비를 펼치기도 하고, 악기 바디를 이용해 타악적 효과를 연출하는가 하면, 악기의 사운드를 이펙터를 통해 굴절시키거나 샘플링을 통해 새로운 배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기본적인 악기를 용해 첼로 드론, 거친 텍스쳐의 화이트 노이즈, 글리산도를 이용한 피치 밴드 등의 다양한 사운드의 실험과 구성은 물론, 보컬이나 목소리를 통해 고전적 신비감을 현실의 몽환과 결부시키는 등 어쿠스틱 사운드를 바탕에 둔 실험적 구성은 확실히 인상적이다. 물론 여기는 빠른 BPM에서 연출되는 펄스 웨이브나 디지털 신서사이저 특유의 톤으로 이루어진 사운드 스케이프 등,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의 요소를 개입시켜 자신들의 기악적 특성을 왜곡하거나 상대화하는 등의 과감함을 보여주며, 테시터의 언어와 표현이 다양한 경향적 특징들로 분화할 가능성을 적극 시사하기도 한다. 전체적으로는 흔히들 말하는 일렉트로-어쿠스틱 계열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지만, 서로 다른 사운드 텍스쳐를 결합하고 활용하는 방식에서 그 이질감의 격차를 줄이거나 반대로 대비를 명확하게 하는 식의 정형화된 규범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운드 그 자체로 특징을 포착하고 이를 유연하게 진행 속에 배열함으로써 매번 다른 효과를 연출한다. 혼돈은 무질서 그 자체로 드러나게 하고 조화는 자연스러운 균형을 보여줌으로써 그 일체감에서는 온전한 통합을 이루고 있어 솔리드 한 혼합물을 보는 것 같다. 이들이 완성한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의 결합은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공조를 반영한 듯하여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2022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