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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áš Niesner - Bečvou (Warm Winters, 2022)

체코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 Tomáš Niesner의 앨범. 2010년대 중반에 데뷔한 토마스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일관된 음악적 표현보다는 사적 관심사를 반영한 유연한 형식의 작업을 선보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그의 음악은 기타 중심의 사운드를 기반으로 이루어졌고, 여기에 필드 리코딩이나 전자 음향을 결합하는 앰비언트적인 양식을 특징으로 하면서, 그 안에는 일렉트로닉, 포크, 월드 등의 요소들을 포함하는 다면적인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이번 앨범 또한 토마스의 이와 같은 복합적인 실험적 양식이 반영된 작업이지만,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신의 음악적 언어와 표현을 통합적으로 체계화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들려준다. 이와 같은 통합적 표현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토마스가 이번 앨범에서 담고자 했던 음악가로서의 소명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앨범은 2020년 체코 동부 모라바강 인근 베치보우에서 있었던 사이안화물 유출 사고로 인한 피해를 직접 다루고 있는데, 토마스는 중독된 강의 합류 지점부터 그 발원지까지 100km 이상을 걸어서 채집한 음원을 바탕으로 이번 작업을 완성하고 있다. 필드 리코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곡은 모듈러 신서사이저 특유의 퍼지 한 사운드와 그의 기타 연주가 더해지며, 다양한 음악적 텍스쳐와 콘트라스트가 결합된 형식의 조합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기존 토마스 음악이 지닌 다면성이 개별화된 스타일로 표출되었던 것과는 달리, 테마와 양식에 따라 통합적으로 활용되고 표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0개의 트랙은 강의 굴곡과 그 주변의 다양한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내기라도 하듯, 각각의 고유한 분위기와 표현을 담고 있다. 그만큼 각각의 곡은 여러 음원과 사운드 및 연주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개별적 특징을 부각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모듈러 신서사이저 특유의 사운드를 통해 앰비언트적인 통합을 이루고 있으며, 그 안에서 필드 리코딩은 묘사적인 성격을 부각하고, 어쿠스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기타 연주는 작가 개인의 정서적 반영을 이루는 듯한 라인을 플로우를 이어간다. 이와 같은 요소들의 조합이 어떤 방식의 대칭과 균형 속에서 완성되느냐에 따라 개별 곡의 분위기와 표현은 달라지며, 묘사와 더불어 더해지는 정서적 반영 또한 서로 개입하고 대치하며 여러 양식으로 변형된다. 섬세함보다는 다분히 거친 듯한 분위기로 표현된 곡들은 오염된 현장에서 경험했을 법한 복잡한 심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느낌으로 전달되고 있어, 음악을 통한 리포트로는 적절한 형식이라는 생각이다.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구성으로 이루어진 첫 트랙이, 35분에 이르는 여정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비관도 낙관도 아닌 차가운 시선에서, 복잡한 심경으로 현실을 응시하는 듯한 표현으로 마무리된다. 그 이상 무엇을 덧붙여 말하지 않은 이와 같은 마무리는 현명하다.

 

202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