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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 Arthurs Trio - One Year (Ozella, 2018)


독일에서 활동 중인 영국 출신 트럼펫 연주자 톰 아서의 트리오 신보. 다양한 계기들을 통해 아서의 연주를 가끔 접할 수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낸 앨범을 마주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음반을 통해 그를 경험했던 청자라면 아서를 차세대 트럼펫 임프로바이저로 손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아서는 꾸준히 솔로와 듀엣 활동을 이어왔는데, 이 앨범의 녹음을 계기로 트리오 공연도 진행하게 된다. 이 앨범에는 아서의 오랜 음악 동료인 피아니스트 Richard Fairhurst와 관록의 경력을 지닌 드러머 Markku Ounaskari가 함께하고 있다. 이번 트리오 앨범은 예전에 아서가 발표했던 베이스-드럼 구성의 세트와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방가르드한 전위적인 표현이 주를 이뤘던 것과는 대비되는 묘한 서정성과 더불어 ECM의 선배 트럼펫 연주자들에게서 볼 수 있었던 실내악적인 엄밀함도 느껴진다. 트리오의 공간에서 트럼펫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비중의 중심성은 확고하지만 서로 다른 분할된 공간에서 마치 음악적 콜라주를 완성시키는 듯한 모습은 현대 음악의 일면을 보는 듯하다. 마치 하나의 단일한 음악적 공간 내에서 존재한다기보다는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직접적인 관계 그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동시에 부여된 계기를 통해 연관성을 찾아가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펫과 피아노는 대위적인 진행에 화성적 요소를 더해 모티브를 이어가는 긴장을 이어가고 드럼은 마치 둘 사이의 텐션을 관조하는 거리에서 이미지를 묘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평과 수직의 모티브들을 촘촘히 엮어 시적 서정을 연출하는, 느슨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매우 내밀한 연관이다. 펜타토닉 스케일로 미니멀한 테마와 프레이즈가 일련의 스퀀스를 구성하며 전개되는 개별 곡의 진행 또한 흥미롭다. 임프로바이징의 계기조차 우연적이라기보다는 개연성을 지닌 치밀함에 의존할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친밀함이란 일정한 거리를 전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연주들이다.

2018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