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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 Hamilton Jr. & Holly Bowling's Lacuna - Lacuna (Royal Potato Family, 2021)

미국 기타리스트 Tom Hamilton Jr.와 피아니스트 Holly Bowling의 듀오 프로젝트 Lacuna의 앨범. 2016년 톰이 몸담고 있던 American Babies의 객원 키보드 연주자로 홀리를 섭외하면서 이 둘은 처음 만났고, 이후 2019년 Ghost Light 밴드를 결성하며 함께 활동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록을 바탕으로 했던 밴드의 활동은 감염병 사태로 인해 멈추게 되었고, 첫 아이를 임신한 홀리는 남편과 함께 대륙을 횡단해 가족을 보고 오는 길에 톰이 거주하던 스튜디오에 방문해 이번 앨범을 녹음했다고 한다. 이들은 어떤 음악적 합의나 오버 더빙 없이 원-테이크로 연주를 이어가며 46분에 달하는 녹음을 완성한다. 이후 녹음을 8개의 트랙으로 나누고 각각에 타이틀을 붙여 완성한 것이 이번 앨범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녹음의 특징은 앨범 전체를 연속으로 이어서 들어보면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데, 일련의 흐름 속에서 미묘한 톤의 변화나 전개 과정에서 전과는 다른 모티브 등의 개입을 통해 플로우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등 그 단락들이 자연스럽게 감지되기도 한다. 그 변화 속에는 어느 한 파트에서의 암묵적인 공백이 동반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의 공간 합에서 동반되는 긴장의 벨로시티를 다양한 방식으로 축소하거나 확장하는 등, 유연함과 긴밀함이 공존하는 인상적인 인터플레이의 연속을 펼치고 있다. 이처럼 즉흥적 모티브에 의존한 연주에서 재즈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게 되지만, 이들의 연주가 어느 특정 장르적 양식에 의존하지 않는 개방적인 접근에 따른다는 점이 매력이다. 물론 재즈 특유의 인터플레이에 의존한 방식도 존재하지만, 때로는 록에서 애드리브의 연속을 확장한 솔로 연주에 상대가 반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어느 구간에서는 마치 협주곡의 카덴차와도 같은 고전적인 풍미를 반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다양한 양식적 표출은 어느 특정 장르로 귀결되지 않는 총체적 표현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 그냥 그 자체로 톰과 홀리의 루카나 스타일이라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로 독창적이다. 특히 이와 같은 다면성이 서로의 공통된 특징으로 자연스럽게 연주를 통해 발현되고 있어 상당히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봉쇄에 따른 긴 공백 기간 때문에 누군가와의 연주를 통해 연결되는 것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단지 놀기 위해 연주했다(혹은 '연주하기 위해 놀았다')"라고 홀리는 말 하고 있지만, 그 결과에서는 본인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음악적 창의가 완성되었음은 자명하다. 당시의 현실적인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어 조금은 무거운 공기가 느껴지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비장함이 두 연주자 사이의 긴밀한 밀도를 더하는 듯하다. 이들의 루카나 프로젝트가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강하게 희망한다.

 

2021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