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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m Sochas - The Sorcerer (Khumbu, 2022)

영국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Tom Sochas의 트리오 앨범. 톰은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파리에서 태어나 나이로비에서 자랐고 10여 년 전에 런던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대표적인 작업은 최근까지 활동을 이어왔던 Phoenician Blinds 쿼텟으로, 톰은 연주는 물론 작곡을 통해 팀의 음악적 성격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서정적인 멜로디를 바탕으로 재즈의 에너지와 클래시컬 한 정교함을 결합해 독특한 사운드를 발전시켰고, 이와 함께 영화와 연극을 위한 작곡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번 앨범에서 톰은 피아노 외에 신서사이저와 일렉트로닉을 활용한 사운드를 트리오의 공간에 접목하고 있는데, 그의 첫 트리오 녹음에는 베이스 Thodoris Ziarkas와 드럼 Olly Sarkar가 참여하고 있으며, 일부 트랙에서는 게스트로 색소폰 Julian Knapp과 트럼펫 Laurie Carpenter이 함께하게 된다. 게스트를 포함한 인적 구성을 보면 기존 PB는 물론 최근 쿼텟으로 녹음한 You Could Hear the Bird Sing (2021)의 음악적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으며, 실제 연주 또한 기존의 기본적인 경향적 특징을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재편성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만큼 피아노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적 특징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전통적인 트리오의 문법을 비롯해 현대적으로 재구성된 경향성을 아우르는 유연한 편성을 통해 이번 앨범만의 고유한 성격을 부각하려는 노력의 흔적 또한 엿볼 수 있다. 특히 작곡의 힘을 발휘하는 인상적인 멜로디 라인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진행은 개별 곡들이 지닌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은 물론 앨범 전체의 인상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트리오 공간 활용의 유연함은 곡의 특징에 따라 규정되며, 이는 도입과 테마에서 엄밀한 형식적 구성을 보이는 편곡을 통해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 이어지는 자율적 개방 공간에도 능동적 개입이 수행하는 역할보다, 테마에 따른 이미지의 전개에 집중하는 모습을 통해, 나름 전체적인 곡의 일관적 플로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솔로 공간에서도 곡의 바탕을 이루는 스켈레톤은 여전히 굳건한 구조로 자리하는가 하면, 때로는 신서사이저나 일렉트로닉의 효과에 의해 보다 구체화된 형상으로 연출하는 등, 전체적인 진행에서의 치밀함은 곡의 분위기를 온전한 밀도로 전달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만큼 서정적이면서도 때로는 화려하고, 기품이 넘치면서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전달된다. 8개의 트랙에서 7곡은 톰의 오리지널이며, 마지막은 Kurt Cobain의 “All Apologies”로 마무리한다. 톰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와 엄밀함이 만들어내는 유연함을 트리오의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앨범이다.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