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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ny Anderson - Nuit (self-released, 2021)

미국 작곡가 겸 전자음악가 Tony Anderson의 앨범. 토니는 2010년 초부터 영상 매체는 물론 상업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꾸준히 자신의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전자 혹은 가상 악기의 사용 비중이 높지만 피아노와 같은 연주 악기의 활용에도 적극적이어서 모던 클래시컬한 취향이 반영되기도 한다. 이번 앨범 역시 그의 음악이 지닌 감각적 특징은 물론 작곡가의 음악적 상상력 또한 잘 부각되고 있다. '밤'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지만 그 분위기는 심각하거나 무겁지는 않다. 평소 토니가 선보였던 음악과 유사한 밝고 화려한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지만 다만 그 톤이 살짝 다운되었다는 느낌만 들뿐이다. 때문에 마치 고요한 밤의 정적 속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타임랩스와 같은 이미지가 그려질 만큼 나름의 차분한 다이내믹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때에 따라 몽환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고 때로는 신비한 인상을 전하기도 하는데, 워낙 익숙한 표현을 극적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에 하프, 바이올린, 첼로, 보컬 등 게스트 뮤지션의 도움으로 기악적 묘사를 완성한 대목도 눈에 띈다. 스텝 시퀀서의 움직임에 팰트 한 피아노 라인을 얹어 묘한 콘트라스트를 연출하거나, 아날로그 사운드의 리버브에 디지털 배음을 중첩시키는 등 전자와 연주 악기 사이의 공간적 거리를 감각적으로 채워가고 있다. 편안하게 듣기에도 부담 없고 사운드 그 자체가 주는 만족감도 존재하는 앨범이다.

 

2021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