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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ord Gustavsen Trio - Opening (ECM, 2022)

노르웨이 재즈 피아니스트 Tord Gustavsen의 트리오 앨범. 토르트 자신의 이름을 건 트리오 녹음은 The Other Side (2018) 이후 4년 만이며, 레이블에서 20년에 이르는 활동 기간을 거치며 이룬 음악적 성장을 상징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번 녹음에서는 베이스에 Steinar Raknes이 새로 참여하고 있으며 드럼은 Jarle Vespestad가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트리오로 녹음된 레이블 데뷔작 Changing Places (2003)에서도 이미 완성된 듯한 깊이 있는 심미적 표현과 더불어 공간을 자신의 색으로 채우는 섬세한 음악적 연출력을 선보였고, 당시 그 인상이 너무 강했던 탓에 그 기억이 지금까지 지속하고 있다. 기억에만 의존한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 없을 것 같지만, 막상 그동안의 성과를 되돌아 다시 들어보면 토르트의 음악은 늘 진화하고 있었고, 그 과정은 트리오의 심미적 깊이를 더욱 성숙시키는 방향으로 향해가며, 그 표현 또한 풍부한 뉘앙스를 담은 정교함을 완성하는 여정임을 느끼게 된다. 이번 앨범이 특히 그렇다. 워낙 출중한 재능에 많은 경험을 지닌 베이시스트 스타이나르가 새로운 구성원으로 참여해 호기심과 기대가 컸는데, 장르적 다면성을 고스란히 담아내면서도 트리오 특유의 시적 완성을 온전히 재현하고 있어, 새로운 앙상블의 보여준 결과는 예상을 훨씬 넘어선 풍부함과 깊이를 지닌다. 민속 음악에 대한 토르트의 관심은 이미 기존 작품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고, 종교 음악과 관련해서는 최근 TTV나 2L에서 발매한 앨범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이번 앨범은 이와 같은 주변 장르와의 관계를 트리오의 공간 속에서 더욱 내밀한 방식을 통해 재현하면서도, 표현 방식을 다변화하여 이전과는 다른 음악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스타이나르가 보여준 역할은 무척 흥미롭다. 전통적인 베이스의 역할은 물론, 자신의 개별 솔로 공간을 확장하고 그 안에서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은 물론 다양한 주법을 유연하게 사용하여, 기존 트리오의 질서 속에서 유효적절한 음악적 개입을 이루는 과정은 말 그대로 절묘하다. 이와 같은 개입은 트리오에 새로운 공간적 위상이나 구성을 전제로 하지만, 토르트는 조금은 더 개방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대신 기존의 인터랙티브 한 운영을 섬세하게 조율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소한다. 덕분에 트리오는 기존의 음악적 색을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미묘한 농도와 채도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번 앨범에서도 부각되고 있는 주변 장르와의 관계 또한 자신들의 연주 속에 내밀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오프닝'이 담고 있는 상징적 의미는, 20여 년 전 토르트가 보여준 음악적 ‘변화'를 되돌아보게 하여, 마치 새로운 20년 동안 선보일 또 다른 진화를 예고하는 듯하다.

 

20200408

 

 

 

related with Tord Gustav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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