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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rifecta - Fragments (Kscope, 2021)

영국 베이스 기타리스트 Nick Beggs, 미국 키보드 연주자 Adam Holzman, 영국 드러머 Craig Blundell로 이루어진 Trifecta 트리오의 앨범. 이와 같은 절묘한 조합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싶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이들은 영국 록 기타리스트 Steven Wilson의 리코딩 및 투어 밴드 일원으로 만나 함께 활동했고, 이후 모든 공연 일정을 소화한 직후 각자가 지닌 음악적 아이디어를 조합해 현재의 그룹을 완성하게 된다. 이들이 사전이 이룬 음악적 합의는 의외로 재즈였고, 녹음 이후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소개하면서 '융합'(Fusion)과 비슷하지만 덜 효율적인 대신 더 위험한 '분열'(Fission)이라는 영어식 말장난을 덧붙였고 여기에 앨범 타이틀까지 '파편'이라고 정한다. 실제로 이들의 음악에는 다양한 장르적 파편들이 서로 융합과 분열을 반복하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의 총량을 축적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여, 이들의 자기소개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록, 메탈, 사이키델릭, 얼터너티브, 프로그레시브, 퓨전, 재즈 등 다양한 음악적 표현들이 활용되고 있는데, 서로 상이한 언어들이 난무하지만 막상 이들의 음악을 듣는 동안에는 그 어떠한 이질감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완벽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다양한 필드 경험을 통해 이와 같은 언어와 표현을 체화하고 있는 뮤지션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여기에 어떠한 장치적 기교 없이 오직 본인들의 연주 실력으로 이 모든 진행을 커버했다는 점이 이와 같은 일체감 있는 음악적 완성을 이룬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또한 이들은 기존의 익숙함에서 멀리 나가려 하기보다 그것들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청자들에게 쉬운 접근 가능성을 개방하고 있는 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들이 들려주는 사운드 자체는 새롭다기보다는 다분히 고전적이고 이전에도 충분히 들어왔던 친숙한 음향에 기반을 두고 있어, 즐거운 감상에 그 어떤 부담도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Andy VanDette의 마스터링을 통해 완성된 안정된 사운드도 큰 몫을 했음은 당연하다. 진지하면서도 밀도 있고 에너지도 넘치지만 편안하게 일상의 활력을 충전하는 용도로도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021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