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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Tuomas Antero Turunen - Ornaments of Time (Skip, 2018)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핀란드 출신 피아니스트 투오마스 안테로 투루넨의 솔로 신보. 투루넨의 이름은 낯설지만 Emil Brandqvist Trio의 피아니스트라고 하면 섬세하고 세련된 그의 멜로디 라인을 쉽게 떠올리게 될 것이다. Music Academy of Gothenburg에서 Lars Jansson, Anders Jormin 등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고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여러 그룹에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지속하며 지금까지 연주자, 작곡가, 기획자 등으로 여러 장의 앨범 작업에도 관여한다. 그중 피아니스트로서의 솔로 앨범은 Karelia Inspiration (2013)이 처음이지만 자신의 기획사에서 자주발매 형식으로 제작된 것으로, 결국 이번 음반은 두 번째이지만 정식으로 발매된 첫 리코딩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은 주로 초창기 투루넨의 음악 활동의 영향이 반영되어 터프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주가 주를 이룬다면, 이번 앨범은 EBT에서 볼 수 있었던 섬세한 표현이 바탕에 깔려 있다. 또한 전작에서는 기존 곡들이나 민요 등이 레퍼토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번 앨범의 경우 "Tuonne Taakse Metsämaan"을 제외한 모든 곡들이 투루넨의 오리지널로 채워져 있다. 특히 가족의 죽음이나 아들의 탄생 등과 같은 개인의 경험이 바탕이 된 곡들("I Held Her Hand and Said Goodbye", "Sun-Run")은 물론 일상의 생활에서 마주하는 순간의 낯섦을 묘사한 작품들("After the Rain", "Lily and the Ladybird")까지 투루넨 자신의 정서와 감정을 고스란히 반영한 연주들이 눈에 띈다. 물론 앨범 전체적으로는 평소 그의 연주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던 다면적인 표현들이 솔로 공간 속에서도 여전히 핵심을 차지한다. 북유럽적인 느낌이 강조된 멜로디 속에 클래식적인 레토릭을 구사하여 진행을 이끄는가 하면, EBT와 이미 연주했던 자신의 원곡들을 새롭게 재현하는 방식들을 통해 스스로의 공간을 개방하는 재즈의 언어적 확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을 감성 충만한 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뛰어난 테크니션으로서의 면모까지 동시에 녹여내고 있다. 솔로 공간에서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모범 사례라고 하겠다.

201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