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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Uriel Herman - Different Eyes (Ubuntu, 2023)

 

이스라엘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Uriel Herman의 앨범.

 

1987년생인 우리엘은 작곡과 피아노를 전공했고, 2010년대 초부터 솔로와 쿼텟 등의 활동을 통해 연주자로서 이름을 서서히 알리게 된다. 특히 2014년에 결성한 그의 쿼텟은 2018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리는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무대를 통해 커리어를 축적하는 한편,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최근에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와 재즈 쿼텟의 협연을 위한 음악은 물론 사운드트랙 등을 통해 작곡가로서의 역량도 확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엘의 음악은 클래식 교육을 바탕으로 하는 정교한 구성과 클레즈머의 멜로디와 스케일을 활용한 이국적인 내용을, 재즈의 즉흥적 모티브의 활용을 통해 확장하는 특징을 지닌다. 여러 장르적 요소들은 재즈의 유형적 특징과 형식을 중심으로 서로 긴밀한 연관을 이루면서도, 나름의 유연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며, 이를 통해 일련의 확장적인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기도 한다.

 

쿼텟으로 녹음했던 기존 작업과는 달리, 이번 녹음에서는 솔로, 듀엣, 쿼텟 등의 여러 포맷을 활용한 녹음을 들려주고 있다. 두 편의 솔로를 비롯해, 트럼펫 연주자 Itamar Borochov와 듀엣으로 3개의 트랙을 녹음하고 있고, 색소폰/플루트 Uriel Weinberger, 베이스 Avri Borochov, 드럼 Haim Peskoff 등으로 이루어진 쿼텟 연주 4개를 포함하고 있으며, 퍼커션 연주자 Maayan Doari가 참여한 한 곡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전 작품과 마찬가지로 우리엘의 오리지널을 비롯해 여러 음악가들의 원곡도 함께 연주하고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쇼팽, 조빔, 코베인 등 유명 작품을 비롯해 Eden Ahbez, Rivka Gvili와 같이 조금은 생소한 미국과 이스라엘 뮤지션의 음악도 함께 재현하고 있다.

 

세 가지 포맷과 여러 유형의 레퍼토리는 물론, 앨범의 타이틀을 통해서도, 이번 작업은 음악의 다양한 관점이나 다양성을 담아내려는 듯한 암시를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그 연주에서는 우리엘이 기존 쿼텟에서 선보였던 내용을 더욱 견고하게 확장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어쩌면 기존 작품 속에서 이와 같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이미 실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번 녹음은 이를 보다 명확히 부각한다는 선언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으며, 솔로나 듀엣 녹음을 비롯해 폭넓은 레퍼토리는 자신의 음악적 양식의 확장적 측면을 담아내려는 대목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은 앨범 전체가 마치 한 편의 이야기와도 같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포맷과 여러 유형의 곡이 교차하며 트랙이 넘어가고 있지만, 그 흐름은 맥락이나 단락이 이어진다는 인상을 줄 만큼 자연스러운 호흡과 흐름을 완성하고 있다. 여러 유형의 곡을 그 흐름에 맞춰 자신들의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다양성은 우리엘과 그 동료들의 내밀한 음악적 캐릭터를 통해 굴절하며, 일련의 고유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듯한 모습처럼 전해진다.

 

앨범의 타이틀은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음악은 그 다양성을 하나의 흐름으로 유연하게 통합하는 과정을 다룬다는 인상을 줄 만큼, 독특한 몰입의 서사를 보여준다. 각 곡의 개별적 특징을 반영하면서도, 온전한 하나의 흐름으로 담아내는 방식에서 우리엘과 그 동료들의 깊이 있는 음악적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다양성을 자신들만의 내밀한 유기성으로 엮어낸, 견고한 음악성을 보여준 앨범이다.

 

 

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