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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lia Calda - Methexis (self-released, 2018)


런던에서 활동 중인 발리아 칼다의 신보. 발리아 칼다는 2013년에 그리스 출신 형제 Nikos Ziarkas (g)와 Thodoris Ziarkas (b)의 주도로 결성되었으며 Sam Warner (tp, flgh), James Allsopp (bcl, ts), Nikos Ziarkas (g), Gaspar Sena (ds, perc) 등이 참여한 재즈 그룹이다. 이번 앨범은 EP로 발매된 Valia Calda (2014)에 이은 신작으로 사실상 이들의 첫 풀타임 리코딩이다. EP와 이번 앨범 사이에는 표현에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둘을 나란히 들어보면 그 차이란 시간의 흐름과 경험의 축적에 따른 변화로 봐도 무방할 만큼, 오히려 이들 음악에 존재하는 일관된 문제의식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발리아 칼다의 음악은 크게 두 가지 연관에 대한 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는 듯하다. 첫 번째는 그리스의 민속 음악에서 출발한 테마를 재즈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임프로바이징의 계기 속에서 새로운 형식적 완성을 이루는 것에 관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작업은 이미 예전에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이들은 즉흥 공간에서 자율성 확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때문에 민속적 테마를 이용한 도입과 주제부에서 보여준 정합적인 연주와 달리 즉흥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진행은 프리 재즈에 가까운 개방성을 드러난다. 또 한 가지 연관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릭의 조화에 관한 것으로, 이 또한 6말 7초의 음악적 실험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경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들은 이와 같은 결합을 처음 사고했던 그 시절의 러프한 음악적 양식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정제해서 활용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민속적 요소와 융화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한편에서는 사이키델릭한 몽환적 형상이 이어지는가 하면, 그 바탕을 이루는 민속적 테마는 어느 순간 주술적인 분위기로 전화되기도 한다. 이들의 음악에 존재하는 다양한 구성 스타일은 하나의 일관된 언어로 정리되었다기보다는 마치 이질적인 요소의 공존처럼 보인다. 어쩌면 이러한 공존의 전략이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데에서 오는 일련의 획일성을 회피하는 자신들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예상외의 즐거움을 준 앨범이다.


2018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