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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arious Artists - Erased Tapes Collection IX (Erased Tapes, 2018)


런던에 기반을 둔 독립 레이블 Erased Tapes의 아홉 번째 컬렉션. 2007년, 실험적인 음악인들의 출반을 지원하기 위해 Robert Raths에 의해 설립된 레이블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한 음악적 성과를 축적한다. 이미 모던 클래시컬이나 앰비언트 계열에서는 비중 있게 다뤄질 뿐만 아니라 현대 음악, 아방가르드, 포스트-록 등의 성과들도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2008년 첫 발매 이후 1-2년 주기로 무료 배포하고 있는 이 컬렉션은 단순한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지난 기간 자신들이 발매한 앨범들을 정리 요약하고 현재적 흐름에 대한 개요를 총괄하는 의미도 지닌다. 지난 컬렉션 VIII에 이미 포함된 Allred & Broderick과 Daniel Brandt을 제외하면 작년과 올해까지 음반을 발표한 모든 뮤지션들의 대표곡을 수록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발매한 앨범들 중에는 Penguin Cafe Orchestra의 1993년 발표작을 비롯해 Ólafur Arnalds의 데뷔 10주년을 기념한 재발매 앨범 두 장이 포함되어 있으며, Nils Frahm, Peter Broderick, Kiasmos, Sebastian Plano과 함께 협연한 Ben Lukas Boysen 등 레이블을 대표하는 뮤지션들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발매 예정인 Rival Consoles와 Hatis Noit의 음반에 수록될 곡을 이번 컬렉션에서 미리 감상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예전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던 Masayoshi Fujita의 미발표곡도 이번 컬렉션을 통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레이블의 로고를 상징하는 산을 이용해 컬렉션의 커버를 장식했던 것과 달리, 레이블 10주년과 Sound Gallery의 개장을 축하하기 위해 Rob Lowe에게 의뢰한 설치 작품을 담고 있어, 새로운 순환을 준비하는 이들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친구의 기타 연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녹음한 테이프를 실수로 지웠다는 설립자의 일화에서 기원한 레이블의 이름을 접할 때마다 기록된 모든 것보다 남겨진 리코딩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무엇을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우리의 상상이 현실로 기록될 수 있기를, 새로운 순환을 준비하는 레이블에게 기대해 본다.

201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