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Verena Zeiner와 이스라엘 드러머 Ziv Ravitz의 듀엣 앨범. 공통점이 없을 것 같아 보이은 두 사람은 2011년 뉴욕에서 처음 만난 이후 꾸준한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지며, 최근에는 베레나의 솔로 No Love Without Justice (2020)에 지브가 믹싱 및 마스터링을 담당하면서 공식적인 첫 협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피아노와 드럼이라는 생소한 조합이 어떤 음악적 시너지를 완성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번 앨범은 이에 대한 또 하나의 훌륭한 예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이들은 즉흥적인 모티브를 활용한 접근을 취하고 있으며, 능동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기존 재즈의 고전적인 공간 구성을 바탕으로 한다. 때문에 진행에 있어서는 피아노가 완성하는 멜로디와 라인이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고, 드럼은 그에 반응하는 다양한 퍼커시브 한 이미지들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연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는데, 흥미로운 점은 막상 이들의 연주를 들어보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균형점에서 수렴하는 공간적 벨런스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스테레오 이미지상에서도 좌우의 구분은 물론 전후의 깊이조차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동일한 무대에 중첩된 사운드 필드를 보여주고 있어, 단순히 고전적인 피아노 트리오에서 베이스만을 제외한 구성과도 분명한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연주에는 인터랙티브 한 상호작용과 풍부한 음악적 창의로 가득 차게 되며, 이 과정이 얼마나 긴밀하고 치밀하냐에 따라 예상외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음을 이들의 연주는 보여주고 있다. 얼핏 보면 일련의 단순한 루틴에 따라 이들의 공간 구성과 상호 작용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이들의 연관은 끊임없는 텐션 속에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지속적으로 역동하는 피겨를 완성하고 있다. 이는 특히 앞에서 언급한 중첩된 듯한 사운드 필드 속에서 형상화되는 이미지라 보다 생생한 음악적 역동을 연출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듀엣이라는 무척 단순한 공간 구성이지만 치밀한 접근을 통해 편성의 한계를 넘어선 창의적 결과를 만들어낸 예상외의 흥미로운 성과를 담아내고 있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매력적인 협업 작품이다.
202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