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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Verneri Pohjola - Pekka (Edition, 2017)


핀란드 출신의 트럼펫 연주자 베르네리 포욜라의 신보. 전작 Bullhorn (2015)에서는 전통적인 쿼텟 형식에 게스트들을 참여시킨 포스트-밥과 컨템포러리 계열의 음악을 선보였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퀸텟 포멧에 예전과는 다른 느낌의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베르네리는 마치 육말칠초 시기에 활성화된 다양한 음악적 분화에 대한 자신만의 인덱스 작업을 하기라도 하듯 재즈-록, 프로그레시브 록, 사이키델릭 등의 요소들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모티브는 앨범 타이틀 Pekka에 있다. 여기서 페카는 개임 케릭터가 아닌 70년대 초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 Wigwam의 초창기 멤버였으며 이후 재즈-록에 기반한 프로그레시브의 실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던 Pekka Pohjola를 지칭하는 것으로 베르네리의 아버지다. 베르네리는 페카의 음악들을 선별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함으로서 아버지에 대한 헌정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수록곡들 대부분은 비그밤 시절 페카가 작곡했거나 이후 솔로 활동 중에 발표했던 것들로 베르네리는 원곡의 테마와 멜로디는 충분히 살리면서도 당대의 음악적 배경을 반영한 듯한 나름의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 베르네리는 Tuomo Prättälä (key), Teemu Viinikainen (g), Antti Lötjönen (b), Mika Kallio (ds) 등을 참여시켰다. 특히 그 중에서도 펜더 로드와 일렉 기타는 사운드의 배경이 되는 몽환적인 전경을 연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라인을 이끌거나 베르네리의 트럼펫과의 대위적 진행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음악적 개입을 모색하고 있어 전체적인 앨범의 분위기를 극적으로 이끄는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페카가 활동했던 당대의 음악적 언어를 활용한다는 것, 선대의 음악에 대한 단순한 재해석에 그치지 않고 베르네리 자신의 음악적 개입을 적극 시도한다는 것,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국 페카의 현재적 의미와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 이것이 베르네리가 이번 앨범에서 취한 중요한 전략과 목적이 아닌가 싶다.

 

20170619